잠잠했던 중국발 신용경색 '다시 고개드나'

by김경민 기자
2013.09.25 15:41:48

10년물 국채금리 4%대 웃돌아..유럽 재정위기 때와 유사
6월 신용경색 재현 가능성은 낮아..잠재적 리스크 ''예의주시''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최근 중국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시중 금리가 치솟으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6월과 같은 신용경색 국면이 재연돼 또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일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전날 기준 현재 10년물 국채금리는 4.0221%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4%대를 돌파한 이후 내내 4% 부근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유럽발(發) 재정위기 국면 때와 비슷한 수치다. 은행채와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도 최근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9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등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리는 오히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불거졌던 중국발 신용경색 공포감도 다시 번지고 있다.

중국 국채와 지방채 금리 최근 추이(자료:인민은행, 하이투자증권)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다 물가도 2% 중후반 대에서 정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금리 상승은 다소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이 올 2분기부터 시작된 중국 통화정책의 변화에 따른 수급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월 유동성 경색 국면 이후 채권 거래량이 뚝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인민은행의 강도 높은 디레버리징과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부채 정상화 정책의지로 은행 간 유동성이 경색국면까지 확대된 바 있다. 이 여파로 국유은행을 비롯해 주요 은행들의 채권매입 여력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채권 발행량은 6월 유동성 경색 전후로 큰 차이가 없지만 채권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의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확대나 은행 간 유동성 부족현상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중국 채권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당장 6월과 같은 신용경색 국면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중국 정부가 돈 풀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전날 주간 정례 공개시장조작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880억위안(약 15조5000억원)을 시중에 풀었다. 이날 공급한 유동성은 설(춘절) 연휴를 앞둔 지난 2월5일 450억위안을 푼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춘절과 함께 중국 최대 명절 국경절(10월1~7일)을 앞두고 현금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해 대비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천롱 동관은행 애널리스트는 “6월 신용경색을 겪은 이후 인민은행이 유동성 조절에 더욱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지난 6월과 같은 위기국면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긍정적이지만 은행권의 유동성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