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에서 장기적으로 이기는 길

by김희중 기자
2013.02.06 14:40:16

가뜩이나 힘겨운 우리 경제에 일본발 ‘엔저 쇼크’로 산업계가 아우성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윤전기로 돈을 찍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근린궁핍화정책을 선언했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고 말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복사판이다.

‘윤전기 아베’의 정책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긴 하다. 유럽경제가 회복하면 엔저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섞인 희망도 나온다. 그러나 아베의 윤전기가 제대로 돌아 엔화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한국은 수난을 당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과 엇비슷한 산업구조 탓에 자동차와 전자, 기계업종은 가격경쟁력에 적신호가 커졌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려갈 때마다 매출이 2000억원씩 줄어든다고 울상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했던 삼성전자도 올해 3조원의 환차손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바로는 수출 중소기업의 92.7%가 환율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 떨어지면 우리나라 총수출은 0.92%(약 51억 달러)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하락은 수출에만 그치지 않고 무역외수지,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원화환율이 하락한다(원화강세)는 것은 우리의 경제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신용등급상승과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 등을 기록하며 외국자본이 대거 유입됐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품 가격이 싸져 물가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달러표시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공공기관들도 이자비용이 줄어 재무구조개선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수출 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우리나라로서는 득보다 실이 클 수 밖에 없다.더구나 원화는 최근 다른 나라의 통화에 비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가파르다. 결국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이 그만큼 비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원화환율 하락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환율급등락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안전한 외환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들이 환율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핫머니유입으로 외환시장이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방어벽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 의한 환율관리는 통상마찰을 유발하는 등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근처방을 모색해야 한다.

해법은 우리 기업들이 환율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환율하락으로 인해 떨어진 가격경쟁력을 만회하려면 원가절감을 비롯해 디자인·품질·마케팅 등 종합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달러당 260엔대에서 3년만에 120엔대로, 그리고 95년에는 80엔대까지 떨어졌지만 피나는 구조조정와 기술혁인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엔고를 극복한 일본기업들의 노력을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내수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해 수출의존형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법인세를 낮추고, 교육과 기술혁신에 투자하고, 좋은 노사관계를 유지해 기업 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선진국 치고 돈 값이 헐한 나라는 나라는 없다. 환율에만 기대는 경제구조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