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석 기자
2001.06.27 18:57:08
[edaily] 주식시장의 약세국면이 지속됐다.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재연되고 있고, 거래 위축현상도 여전하다.
27일 종합주가지수는 3.95포인트 하락한 584.76포인트, 코스닥지수는 0.07포인트 오른 74.60포인트로 마감했다. 외형적으론 혼조국면의 모습이지만, 내용적으론 약세장의 연속선에 놓여 있다는 판단이 든다.
거래소시장은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의 유입에도 불구하고 맥을 못췄고, 코스닥시장도 지수는 강보합이지만 하락종목수가 상승종목수를 웃돌아 체감지수는 떨어진 형국이다.
그나마 투자자에게 위안을 주고 있는 것은 은행, 철강등 일부업종이 꾸준히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 정도가 아닐까.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장세반전의 모멘텀이 되기에는 주변여건이 너무 비우호적이다. 차분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기전자업종, 투자심리 "제로"
거래소시장에서 반도체 관련주들이 포진해 있는 전기전자업종이 10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전기전자업은 전일 보다 26.99포인트(1.15%) 떨어진 2327.45포인트로 끝났다.
전기전자업종이 10일 연속 떨어진 것은 근자에 유래를 찾기가 힘든 일로 투자심리도는 제로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단기간 낙폭은 10%에 가깝다.
특히 업종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이날 3000원(1.59%)이 하락한 18만6000원을 기록중이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를 500억원어치나 처분했다.
반도체 관련주의 경우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상승세와는 관계없이 불투명한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의 실적악화 전망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전자업종의 약세기조는 종합주가지수의 조정국면과 축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고치(632P)를 기록했던 지난달 29일이후 조정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전자업종지수도 5월29일 연중최고 수준인 2801포인트를 기록한 후 기조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전기전자업종 지수의 모양세다.
◇거래대금 역배열
최근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 제반 이동평균선이 완전 역배열 상태를 나타냈다. 때문에 거래량을 통해서 본 기술적 분석은 장세전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거래소의 경우 거래대금 5일선(1조7365억원)을 비롯 20일선(1조9056억원) 60일선(1조9234억원) 120일선(2조182억원) 등이 단기선일수록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도 5일선(1조4249억원)을 비롯 20일선(1조7211억원) 60일선(1조9929억원) 120일선(2조1200억원) 등 제반 거래대금 이평선이 단기선일수록 위축된 모습이다.
거래의 회복강도를 지켜보면서 시장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거래의 뒷받침 없이는 장세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연일 프로그램 매수우위는 유지되는데
선물지수는 0.15포인트 하락한 72.35포인트를 기록했다. 사흘째 내리막이다. 그러나 시장 베이시스는 9일째 콘탱고 상태를 유지하면서 이날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가 1517억원에 달했다. 올들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순매수세는 7일째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매수차익거래 잔고도 4천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12일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문제는 연일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대기 매도물량이 만만치 않음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외국인과 개인은 모처럼 함께 매수포지션을 취했다. 개인은 1113계약, 외국인은 829계약을 매수했다.
선물지수는 일단 단기 낙폭이 컸고, 외국인의 막판 매수세 유입 등을 감안하면 기술적 반등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물론 미국증시의 반등이란 담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외국인은 그러나 이날 콜옵션 75포인트를 대규모로 매도해 선물이 반등을 시도하더라도 75포인트가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염두해 볼 일이다. 지수반등시 매수차익잔고의 매물화 가능성도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 대목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28일 주식시장은 미국의 금리인하폭과 이에 따른 뉴욕증시의 반응 결과에 따라 방향성을 달리할 것이다. 어쨋든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추세 판단이 우선이다. 거래소시장은 60일선(578P)의 지지여부와 함께 반등시 회복강도를 눈여겨 보면서 단기전략을 세워볼 일이다.코스닥시장도 이날 8일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그 폭은 미미했다. 아직 "얕은 반등, 깊은 하락"이라는 약세장의 징후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핵심블루칩에 연일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선 긍정적 답변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이닉스와 한국통신의 대규모 DR발행 등으로 인한 시장전체의 수급구조 악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번쯤 꼽씹어 볼 일이다. 공급물량 과다로 인한 수급의 악화는 시간의 문제일 뿐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급과 유동성 보강 그리고 주도주의 부각 등 시장의 질이 근본적으로 강화되기 전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예고된 대란은 없다"는 증시격언이 있지만 "기다리는 반등도 없다"는 말도 있다. 현재의 증시상황은 후자쪽을 되새겨 볼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