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배 뻥튀기` 허위 서류로 보조금 슬쩍…징역 8월·집행유예 2년

by이영민 기자
2024.05.16 11:21:06

230만원짜리 시험비, 2400만원으로 부풀려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컨설팅 업체를 통해 2400만원어치 허위 세금계산서와 견적서를 발행해 정부 보조금을 받은 업체 대표에게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사진=이소현 기자)
서울북부지법 형사6단독(재판장 송혜영)은 지난 2일 사기 및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63)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가 운영하는 업체에는 벌금 500만원이 판결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서울 노원구에서 유량측정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해외규격 인증서류를 발급하는 시험기관의 대표이사 B씨와 공모 관계인 C씨에게 도움을 요청해 정부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C씨는 B씨에게 “해외규격 인증시험을 의뢰할 업체를 소개해 줄 테니 시험견적서와 세금계산서의 금액을 부풀려 그 업체에 발행하고, 송금받은 시험비에서 실제 시험비를 제외한 금액을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사업자 계좌로 반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C씨는 해외규격 인증서류를 발급하는 데 필요한 시험비 일부를 지원하는 정부 사업 홍보글을 관련 업체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그는 업체 대표들이 글을 보고 연락하면 “시험비에 기업의 자부담금이 있지만 시험비를 부풀려 받은 보조금으로 자부담금 없이 해외규격 인증서류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B씨가 4~10배 부풀린 금액으로 보조금 지급 신청에 필요한 세금계산서와 견적서를 발행하면 컨설팅을 받은 업체들이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왔다.

A씨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정부기관이 전자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해외규격 인증서류를 발급할 때 지원하는 보조금을 받고자 C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C씨를 통해 2018년 11월 자사 제품에 대한 인증시험 3개를 B씨 업체에 의뢰해 총 231만원인 인증시험비를 2409만원로 책정받았다. C씨는 부풀린 시험비를 A씨의 회사 명의 계좌에 송금한 뒤 같은 날 이 업체가 시험비를 부담하는 것처럼 B씨의 시험기관에 돈을 송금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A씨는 1533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빼돌렸다.

재판부는 “정부 기관을 속여 보조금을 부정하게 교부받아 정당한 자격이 있는 중소기업에 지원돼야 할 보조금 재원이 낭비됐다”며 “부정수급한 보조금 액수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C씨 등 주범들이 부정하게 받은 보조금 전액을 공탁해 실질적인 피해가 회복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