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살길' 잃은 소상공인, 내분으로 '갈길' 잃은 소공연
by김호준 기자
2020.09.14 11:00:30
코로나 재확산에도 내부 분열 지속하는 소공연
최악 치닫는 소상공인은 뒷전…‘탄핵’·‘총파업’ 소리만 무성
오는 15일 배동욱 회장 탄핵 임시총회
‘법정 경제단체’ 되새기고 조직 정상화에 힘 모아야
| 배동욱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난달 열린 소위 ‘춤판 워크숍’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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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일명 ‘춤판 워크숍’으로 시끄러웠던 법정 경제단체 소상공인연합회를 둘러싼 사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논란 중심에 선 배동욱 소공연 회장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고, 소공연 사무국 노동조합은 최근 집행부의 조직개편에 “노조 와해와 조직 장악을 위한 인사”라고 주장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소공연 임원진이 구성한 비상대책준비위원회는 오는 15일 배동욱 회장 탄핵 임시총회를 예고하며 조직 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소공연 사무국 노조는 최근 집행부가 추진한 조직개편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직원 18명의 연서명을 받은 수용불가 확인서를 사측에 제출했다. 노조는 조직개편 수용 거부로 집행부가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줄 시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소공연 집행부는 지난 7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책홍보본부를 대외정책본부로 편입시키고, 경영기획본부와 회원지원본부를 합쳐 경영지원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노조는 배동욱 소공연 회장의 ‘가족 일감몰아주기’, ‘보조금 전용’ 의혹 등을 폭로한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한다. 장기수 소공연 노조 위원장은 “실장 업무를 수행하던 직원을 노조 활동을 이유로 팀원으로 강등시키고, 노조위원장을 임원급에 해당하는 관리직으로 전보하고 홍보팀을 해체하는 등 직원들의 기존 업무를 완전히 무시한 노조 와해와 조직 장악을 위한 인사”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이번 조직개편으로 소공연 홍보부장은 정책개발팀 팀원으로 전보됐다. 장기수 노조 위원장은 관리직에 해당하는 사업운영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 지난 10일 소상공인연합회 사무국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이 집행부의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며 ‘조직개편 수용불가 확인서’를 사측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소공연 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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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연 관리·감독을 맡은 중기부는 최근 소공연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회원관리·기관운영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중기부는 춤판 워크숍으로 소공연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7월 말 소공연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중기부는 지난 6월 말 소공연이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한 일명 ‘춤판 워크숍’(공식명칭은 ‘전국 지역조직 및 업종단체 교육·정책 워크숍’)에서 여성 댄스그룹을 초청해 공연을 관람한 것은 ‘정책 워크숍’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배 회장이 가족이 운영하는 화환업체에서 소공연의 화환을 구매토록 한 것은 임직원 행동강령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중기부는 이 두 사유를 들어 배동욱 회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처럼 소공연이 내부 사정으로 시끄러울 동안 전국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맞아 고사 위기에 처했다. ‘역대급 장마’로 여름휴가 특수를 날린 상황에서 확산세가 이어져 추석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16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되면서 전국 PC방과 노래방, 유흥주점 등 12개 고위험시설 업장은 문을 닫은 채 월세와 공과금 등 매달 수백만원 고정비만 날리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거리두기 2.5단계로 카페와 음식점에 종사하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매출 타격을 입고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700만 소상공인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소공연은 춤판 워크숍 논란 이후인 7월부터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소상공인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수시로 열리던 간담회나 기자회견은 춤판 워크숍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소공연은 세 번의 논평과 한 번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코로나19 초기인 2월에만 두 번의 실태조사를 벌이고 열 번의 논평, 세 번의 기자회견을 열었던 상반기와는 비교하면 활동이 위축됐다.
김임용 소공연 수석부회장 등 임원진들이 구성한 소공연 비상대책준비위원회는 오는 15일 배동욱 회장 탄핵을 안건으로 임시총회를 연다. 소공연 정관 제52조(임원의 해임)에 따르면 △고의나 과실로 본회의 명예를 훼손할 때 △수익사업의 목적 달성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때 △본회의 업무추진을 방해하거나 임원간 분쟁을 야기해 정상적인 업무 추진을 곤란하게 할 때 △이사회의 결의에 위해되는 행위를 했을 때 △그 밖의 사유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때 등에 해당하면 임원에 대한 해임의 건을 총회에 부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소상공인 경영안정, 배달 애플리케이션 독점 문제, 소상공인기본법 후속 대책 등 수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소공연이 소상공인들의 신뢰를 회복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김임용(앞줄 가운데) 소상공인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춤판 워크숍’ 논란과 관련 배동욱 소공연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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