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150쪽 자필유고 남겨…한보사태 내막 담겼을까
by이승현 기자
2019.07.05 11:54:40
檢, 도피 전 한국생활 담은 자필유고 제출받아 분석 중
한보그룹 부도·정관계 게이트 등 담겼을지 관심
| 관에 담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시신. (사진=서울중앙지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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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면서 그가 직접 쓴 150쪽 분량의 자필 유고(遺稿)를 확보했다. 정 전 회장이 과거 한국에서 기업가 시절 등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알려져 ‘한보 사태’의 내막이 포함됐을지 주목된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국내로 송환된 4남 한근씨에게 정 전 회장의 유고를 임의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2018년 12월 1일 에콰도르 과야킬시에서 숨진 것을 확인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검찰 조사 결과 A4용지 150쪽 분량의 유고는 정 전 회장이 직접 자필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2007년 외국 도피 이후부터 2015년까지의 불규칙적으로 글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고에는 정 전 회장이 해외 도피 전 한국에서의 생애에 관련한 내용이 주로 담겼다고 한다. 사업가로서의 삶과 개인적인 사항 등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 전 회장이 한보그룹을 세워 부도가 나고 이후 정·관계 게이트로 파문이 확산된 과정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재계 서열 14위까지 올랐던 한보그룹은 지난 1997년 부도가 발생하며 5조원대 특혜 부실대출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대규모 불법대출은 정치권과 금융계 등을 상대로 한 조직적인 로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회에선 한보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가 열렸고 당시 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사법처리를 받았다. 한보사태는 IMF 외환위기의 발단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유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고에 정 전 회장의 도피 이전 생활이 기록된 만큼, 이를 바탕으로 그와 가족의 해외은닉 재산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방침이다. 검찰은 4남인 정씨가 에콰도르에서 유전개발 사업을 추진한 점 등을 바탕으로 은닉 재산 소재를 파헤치고 있다.
다만 정 전 회장의 사망 확인으로 2225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체납 세급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사망확인서. (자료=서울중앙지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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