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이젠 비흡연 여성도 방심하지 말아야... 여성 환자 해다다 증가

by이순용 기자
2016.07.01 11:31:04

국내사망률 1위 ‘폐암’, 남성 질환이라는 인식은 편견으로 여성 환자도 30% 차지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숨은 탄생과 죽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흔히 죽음을 ‘숨이 멎는다’, ‘숨이 끊어진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생(生), 즉 삶을 영위해 가는 데 있어 호흡은 매우 중요한 신체 활동이다. 이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폐’인데, 최근 계절 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 환경 문제, 흡연 등으로 국민들의 폐 건강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폐암’ 여성 암 사망률 1위, 발생률도 연평균 1.6%씩 증가

다양한 폐질환 중 특히 치명적인 질병은 ‘폐암’이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자료(2014)를 보면, 폐암은 간암과 위암을 제치고 국내 암 사망률 1위로 손꼽힌다. 보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 여성의 암 사망률 1위 또한 유방암도, 대장암도 아닌 ‘폐암’이라는 것이다. 흔히 ‘폐암’하면 흡연을 즐기는 남성의 질환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여성도 안심할 수 없다.

국립암센터의 폐암 통계자료를 보면 2001년~2014년에 폐암 수술을 받은 2,948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 환자가 831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3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의 폐암 발생률은 1999~2013년 사이에 연평균 0.9%씩 줄어든 반면, 여성은 1999년 이후 연평균 1.6%씩 증가하고 있다.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매우 높다.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 이에 한 몫을 한다. 폐암 초기에는 전혀 증상이 없다.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도 감기와 비슷한 기침, 객담(가래)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암 발생 위치에 따라 피가 섞인 가래나 흉부 통증, 쉰 목소리, 호흡곤란, 두통, 오심, 구토, 뼈의 통증과 골절 등 증상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 타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다만 폐암 환자의 75%가 잦은 기침을 호소할 만큼 기침은 폐암의 가장 흔한 증상이므로, 담배 때문이려니 하며 쉽게 지나치지 말고 주의를 기울이고, 기침을 할 때도 피 섞인 가래나 피가 나온다거나 다른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즉시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여성 폐암 환자 중 88%가 비흡연자

대부분의 여성 폐암은 흡연으로 생기는 남성 폐암과는 세포형과 발생 부위가 다르다. 남성 폐암은 기관지점막을 구성하는 세포의 변형으로 폐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이 많은 반면, 여성 폐암의 경우 폐의 선세포에서 생긴 선암이다. 이는 국내 폐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대개 간접흡연과 관계가 깊다. 다른 폐암 세포보다 크기가 작아 발견이 쉽지 않고, 폐 모서리에서 처음 생겨 림프절, 간, 뇌, 뼈, 부신 등으로 잘 전이돼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암이다.



국립암센터(2014) 자료를 보면 여성 폐암 수술 환자 중 약 88%(730명)가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연도별 폐암 환자 수술 건수’ 자료에서는 비(非)흡연 여성 중 폐암에 걸려 수술을 한 사람은 2001년 8명에 불과했지만, 2014년 7월에는 55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대목동병원 폐암센터장 이진화 교수는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 비흡연자가 많은데, 흔히 폐암은 흡연으로 인한 병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여성들은 증상이 있어도 이를 간과하기 쉽다.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폐선암은 발견도 어렵지만 예후도 좋지 않은 만큼, 평소 폐 건강에 관심을 갖고 중년의 경우 검진을 해 볼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간접흡연 등 생활 속 폐암 위험요인 많아

비흡연 여성에게서 폐암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여러 가설이 제기된다. 최근 미세먼지 이슈 등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설은 ‘음식 조리에 의한 오염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와 미세먼지 등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역학조사에서도 요리를 자주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3.4~8배나 높았다. 조사에 참여한 여성 폐암 환자들은 비흡연자로, 선암이 70%였다. 또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하고, 미세먼지가 10㎍/ ㎥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22% 증가했다는 덴마크 연구도 있다.

간접흡연도 폐암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흡연자가 흡연자와 같이 생활하면서 담배 연기를 흡입하는 경우로, 직접 흡연과 마찬가지로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담배의 발암물질에 보다 취약하다. 남성에 비해 폐가 작고 노폐물을 분해시키는 능력도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담배 필터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간접흡연 연기, 즉 담배의 끝이 탈 때 나오는 연기가 더욱 위험하다. 이외에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과 대기 중의 라돈 가스, 직업적 노출에 의한 석면 등의 물질도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폐암은 세포형과 병기에 따라 치료법이 상이하며, 환자의 전신 상태와 개개인의 치료 선호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선암은 비소세포폐암에 속하는데, 이는 비교적 서서히 진행하므로 조기에 발견되었을 때는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1~3A기 일부는 근치적 절제술을, 3A기 일부는 항암화학요법과 수술 병용치료 혹은 항암·방사선 병용요법, 3B기는 항암·방사선 병용요법 또는 항암·방사선 병용요법 후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고, 4기 때는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이대목동병원 폐암센터장 이진화 교수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폐암과 흡연의 상관관계가 깊은데, 직접 흡연만큼이나 간접흡연의 위험성도 크다. 또한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률이 생각보다 높은 이유는 가사 일을 많이 하는 여성의 생활 특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며 “폐암을 예방하는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폐암의 위험요인이 생활 속 곳곳에 있으므로 생활환경 개선이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