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땅값 1위 `명동 네이처리퍼블릭`…주인은 누구?

by양희동 기자
2016.02.22 11:0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올해도 전국 최고 공시지가를 기록하며 13년째 땅값 1위 자리를 지켜낸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 화장품 판매점인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중구 충무로1가 24-2) 부지. 전체 면적이 169.3㎡로 5층 짜리 건물이 서 있는 이 땅의 3.3㎡당 공시지가는 2억 7423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가장 비싼 땅을 소유한 사람은 과연 누구이고 어떤 경로로 주인이 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됐을까.



22일 법원 등기부등본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 등에 따르면 이 땅의 소유자는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주모(70)씨로 지난 1999년 2월 서울중앙지법 경매에서 해당 부지와 건물 등을 낙찰받았다. 당시 이 물건의 감정가는 51억 7597만원으로 실제 주씨가 써낸 낙찰가는 41억 8000만원이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80.8%선으로 요즘 법원 경매시장의 추세로 보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나온 부동산 물건치고는 낮은 편이다. 원래 이 땅은 김중원 전 한일그룹 회장이 국제상사(현 LS네트웍스) 명의로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IMF외환위기로 인해 1998년 한일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경매에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기업의 위기가 다른 사람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된 셈이다.

주씨는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를 낙찰받아 얻은 시세 차익은 공시지가(140억 6883만원)만 단순 계산해도 약 1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매매가는 공시지가보다 적게는 몇 배 많게는 몇 십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2년 재계약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이 주씨에게 내기로 한 임대료만 보증금 50억원에 월세가 2억 6250만원에 이른다. 월세로만 1년에 30억원 넘게 받을 수 있는 땅을 공시지가 수준에 팔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명동역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고 설령 거래가 된다고 해도 공시지가는 무의미하다”며 “전국 최고 땅값이란 상징성과 명동역 앞 입지 등을 감안하면 부르는게 값”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소유한 땅과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 수입만 1년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주씨의 거주지는 의외로 소박(?)하다. 그는 남양주에 있는 전용면적 182.8㎡규모의 약 6억원 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방 5개에 화장실이 2개인 넓은 집이지만 우리나라 최고 땅 부자가 살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곳이다. 그는 이 단지가 입주할 당시인 1999년부터 이 아파트를 소유했고 10년 넘게 이곳에 머물고 있다.

△전국 1위 땅값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