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종성 기자
2011.07.08 16:33:17
SKT·STX, 8일 CS증권에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제출
기존 사업으론 성장 한계 직면..사업다각화·신성장동력 확보
[이데일리 전설리 윤종성 기자] 예상대로 SK텔레콤(017670)과 STX(011810)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8일 오후 SK텔레콤이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에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데 이어 STX그룹도 마감시한인 4시에 임박해 인수의향서를 냈다.
이날 오전 KCC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루머가 증권가에 돌았으나, KCC는 끝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인수전은 SK텔레콤과 STX의 `2파전`으로 전개된다.
양사는 2~3주 간의 실사 기간을 거쳐 7월말 또는 8월초께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채권단은 다음달 본입찰을 거쳐 9월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매각은 10~11월께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인수전은 가장 유력한 인수주체였던 현대중공업이 불참한 가운데 SK텔레콤과 STX가 전격적으로 참여, 2파전으로 압축되면서 당초 시장의 예측과는 크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SK와 STX는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단번에 사업 다각화를 이루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는 크지 않지만, 기존 사업군에 얽매여서는 성장 한계에 도달한다는 절박함도 배어 있다.
SK는 하이닉스 인수가 통신과 에너지 위주의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해온 `사업의 글로벌화`, `기술의 글로벌화`와 맥을 같이 한다.
특히 하이닉스가 영위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에 SK텔레콤의 통신기술을 접목하면 차세대 통신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SK 측은 기대하고 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STX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조선· 해운에 집중돼 있는 그룹 역량을 분산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이종철 STX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는 없다"면서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 인수 대금은 채권단의 구주 7.5%와 신주 10%를 인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총 2조5000억~2조7000억원이 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양측 모두 합리적인 가격 수준에서의 인수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무리한 가격을 써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SK텔레콤은 인수 자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의 3월말 현재 현금성 자산(기말현금+단기금융상품)은 1조3400여억원. 연간 잉여현금흐름도 1조4000억여원에 달하는데다 차입도 가능해 하이닉스 인수 소요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부적으로 꼭 인수해야겠다 이런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다"라며 "실사 결과와 가격 등을 고려해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계 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한 STX그룹은 인수금액의 절반 가량을 자체 조달하게 된다. 약 3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 중 일부를 활용하고, 나머지는 우량 자산의 매각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TX유럽의 자회사인 STX OSV의 매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격적인 인사 이동을 통해 홍경진 STX조선해양 부회장이 STX유럽 부회장으로 전보된 것을 두고 STX OSV의 매각 작업을 진행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비상장사인 STX에너지, STX중공업 등의 매각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STX 역시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무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종철 STX 부회장은 "가격 불문하고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역량 안에서 합리적인 가격 수준일 경우 차입없이 인수하겠다는 것"이라며 "강덕수 회장도 합리적인 수준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