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말랑말랑한 게임으로 승기 잡았다-WSJ

by김국헌 기자
2007.07.11 15:48:23

기존 게임 고정관념 파괴
두뇌 훈련, 영어 놀이 등 실용형 연성 게임 개척
닌텐도DS, 소니 PSP보다 3배 더 팔려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매일 아침 8시50분이 되면 오토코야마 히가시 중학교 선생님들은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가 가득 든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학생들 앞에 선다.

10분 동안 중학생 122명은 플라스틱 펜으로 닌텐도 DS의 터치스크린 위에 "woman"이나 "tree" 같은 단어를 쓴다. 닌텐도 DS는 학생들이 정확한 단어를 쓸 때마다 전자음성으로 "멋져!"라고 하거나 잘못 쓰면 "제발" 같은 추임새를 넣는다. 학생들은 공부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며 즐거워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일본 중학교의 사례를 들면서 세계 1위 게임기 업체 닌텐도가 전통적인 게임이 아니라 공부나 훈련 형식의 새로운 연성 게임으로 게임업계의 판도를 바꿨다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이후로 닌텐도 DS는 일본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려나간 휴대용 게임기가 됐다.
 
일본에서만 1800만대 가까이 팔려나가면서, 경쟁사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보다 3배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뛰어난 그래픽과 강렬한 게임으로 무장한 PSP를 무장해제 시킨 것은 바로 닌텐도의 말랑말랑한 실용형 게임들이었다. 현재까지 출시된 닌텐도 DS용 게임은 500여종으로, 이 가운데 약 200개만 전통적인 비디오게임 범주에 들어간다.



▲ 기존의 게임 범주에서 벗어난 닌텐도 DS용 게임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두뇌 트레이닝, 영어 삼매경, 닌텐독스, 만져라 메이드 인 와리오.
살림 예산 짜기, 두뇌 활성화, 강아지와 유대감 기르기, 기타 연주, 불경과 영어 공부까지 기존의 게임 형식을 벗어나 놀이 형태에 가까운 게임들을 쏟아내면서 새로운 게임층을 만들어나갔다.

미나가와 야스히로 닌텐도 대변인은 "닌텐도 DS의 인기는 엔터테인먼트와 교육의 경계가 흐릿해진 것을 보여준다"며 "소비자들은 재미있기 때문에 두뇌 훈련 게임인 `브레인 에이지`를 산다"고 말했다.

기존 게임 형식에서 벗어난 소프트웨어 수요가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비디오게임 개발업체들도 더이상 추세를 거스를 수 없게 됐다.
 
`매든 NFL`이란 미식축구 게임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비디오 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EA)는 와인, 사케, 칵테일을 소재로 만든 게임을 이달에 일본에서 선보인다.

반면 소니는 닌텐도의 길을 걸을 생각이 없다며, 테니스 같은 쉬운 게임으로 PSP 인기를 높이려고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