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5.06.20 21:27:37
"화려한 싱글? 돈없인 안돼" 저축·주식 등 재테크 밝아
월급 반 예금, 투잡스` 알뜰파도 많아
헬스·외국어등 자기개발엔 거금 `선뜻`
[조선일보 제공] 문씨는 이른 점심을 먹고 광화문 근처 증권사로 향한다. 직원에게 "XX전자 주식이 ○원이 되면 전화해달라"고 메모를 남긴다. 시간이 나면 은행을 돌아다닌다. 0.1%라도 이자를 더 주는 곳을 찾기 위해서다. 주말엔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재테크 강연회를 돌며 데이트를 한다. 한 달 용돈은 20만원.
그는 신문을 샅샅이 훑는다. 로또가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린다는 기사를 읽고 `스포츠토토 관련 주식이 뛰겠다`고 생각한다. 대학 때는 막노동, 이삿짐센터 직원, 치킨 배달, 전단지 돌리기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이렇게 수억원을 모은 문씨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이 카페엔 2만5000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미혼 회원이 절반을 넘는다. 요즘 싱글들의 최대 화두는 돈이기 때문이다. 돈 없는 화려한 싱글? 상상할 수 없다.
조선일보와 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도 싱글들은 `경제력(63.7%)`을 싱글로 사는 데 필요한 것 `1순위`로 꼽았다. 이는 남성(57.8%)보다 여성(70.9%)이 훨씬 두드러졌다. 일(29%)과 친구(4.3%)가 뒤를 이었고, 취미(2.4%), 종교(0.6%)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회사원 김진호(30)씨는 "결혼을 반드시 한다는 보장이 없어 혼자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했다.
싱글들이 항상 주머니를 죄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는 주저없이 지갑을 연다. 일터에서 몸값을 올리는 것은 또 다른 재테크이기 때문이다.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의 김은령(35) 편집장은 통장은 한 개뿐이지만, 자신을 위한 투자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일주일에 서너 번 헬스클럽에 들르거나 요가로 몸을 가꾼다. 외서(外書)를 번역하고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것도 재테크의 일부.
`돌아온 싱글`에게 돈의 위력은 더 절실하다. 얼마 전 이혼한 이민아(가명·33)씨는 낮엔 직장에 다니고 퇴근 후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돈을 모으기 위해 용산의 한 고시원에서 지낸다. 그녀는 "남편과 헤어지면서 이 세상에 믿을 건 나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경제력을 갖춘 `돌아온 싱글`의 움직임이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내집마련정보사가 지난 10년간 혼인·이혼건수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이혼건수가 가장 많았던 2003년 집값이 피크였고 지난해 이혼율 하락과 함께 집값도 수그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싱글시장`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한은행 윤태웅 상품개발실 부실장은 "경제력 있는 독신여성이나 `돌아온 싱글`은 금융권이 탐내고 있는 숨겨진 광맥같다"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면서도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