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16.06.28 11:17:58
추경 규모 사용처 등 논란 가열
여야 대립속 신속한 집행 관건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는 그간 중장기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로 추경 편성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이 가시화되고 있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탈퇴) 현실화로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사라지자 결국 1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20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은행이 이달 초 금리인하를 한 만큼 함께 재정보강 패키지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관건은 추경을 얼마나 조기에 집행하느냐다. 작년에 남은 여윳돈과 올해 세수 증가분을 활용하면서 국채 발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 우려는 덜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향후 국회 통과과정에서 사용처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조+α’ 재정보강 패키지는 추경 10조원과 기금 자체변경, 공기업 투자, 정책금융 확대 등을 포함한 10조원으로 구성된다.
추경 재원은 지난해 쓰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 가운데 지방교부세 교부금과 공적자금 상환기금에 쓰인 부분을 제외한 1조2000억원과 지난해보다 잘 걷히고 있는 올해 세수를 활용하는 ‘세입증액경정’ 방식을 통해 10조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까지 세수는 지난해보다 18조원이 더 걷힌 상태다. 하반기 경기침체로 세수가 덜 걷힐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10조원 정도는 여윳돈이 생길 것이라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홍기용 한국감사인연합회장은 “올해 세수가 잘 걷힌 건 사실인데, 가을에 내수 침체 우려 등으로 부가가치세가 잘 걷힐지 봐야할 것 같다”면서 “10조원 수준이라면 보수적으로 본 편”이라고 말했다.
세계잉여금과 세입증액경정 방식으로 추경예산을 마련한다면 추가로 국채 발행도 필요없다.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40.1%로 사상 처음 ’40% 벽‘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터라 재정건전성을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경 규모를 내놓긴 했지만, 구체적인 사용처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일단 가용 가능한 예산을 책정 해놓고, 실제 사용처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예산실은 각 부처별 예산 요구사항을 받아 다음달 내에는 추경 편성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에 대비하기 위해 일자리 확대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도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에 대해 재빨리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SOC투자를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추경 등을 포함 재정보강 효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2~0.3%포인트가량 제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성장률 전망치 2.8%는 추경 등 효과가 포함된 수치”라며 “(재정보강이 없으면) 현 상태로 봐서는 성장률이 2% 중반대에 머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추가 국채 발행없이 재정보강이 이뤄진 터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본다”면서 “경기를 크게 부양시키지는 못하겠지만, 경기가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하는 버팀목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성장률을 더 끌어올리려면 20조원 수준의 ‘슈퍼추경’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조기 집행을 위해 국회 통과를 감안해 정부가 적정수준의 규모를 만든 것 같다”면서 “하반기에 경기가 더 추락할 위험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