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1.08.23 16:19:19
외채구조 개선..`규제 효과 있었다`
선제적 외채관리..지금이 추가규제 적기
[이데일리 권소현 신상건기자] 2분기 단기외채 비중이 줄고 장기외채 비중이 늘어나면서 외채구조 자체는 개선됐다. 하지만 400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 규모는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닌데다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추가 규제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가 도입한 각종 규제들이 어느정도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 규제 필요성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은 6월말 대외채무는 3980억달러로 3월말에 비해 154억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중 단기외채는 13억달러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장기외채는 141억달러 급증했다. 외채 만기구조가 장기화되면서 단기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는 줄었다.
이는 정부가 도입한 각종 규제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따른 이자소득세 비과세를 폐지한데 이어 6월부터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추가로 축소했다.
여기에 원화용도 김치본드 발행 규제나 외환건전성 부담금 시행 등을 예고한 것도 심리적인 면에서 단기외채 증가를 제어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조치를 시행한 결과 자본유출입과 환율 변동성이 과거에 비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규제 실효성이 입증되면서 추가 규제 도입에 대한 당위성도 높아졌다. 게다가 미국발 소버린 쇼크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져도,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정보서비스 마켓in에 따르면 8월들어 지난 22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채권을 2조621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물론 만기상환된 자금 재투자까지 고려하면 외국인 자금은 유출됐다. 한국은행은 외국인 채권 순투자가 -5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일 통안증권 21억달러어치가 만기도래한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태국 금리가 낮았을때 재정거래로 들어왔던 태국 펀드가 통안채 만기상환자금을 회수해가면서 순투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그러나 최근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해 중앙은행의 장기채 투자자금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미리 규제를 통해 외채증가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자본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건부 금융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사전에 정한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미리 정한 세율로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대선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된다"며 "조건부 금융거래세 외에도 외은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국내 은행 수준으로 맞추는 등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꾸준히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논의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을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은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추가 규제안을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프랑스 은행의 유동성 위기설이 도는 등 자금경색 조짐이 보이고 있는 만큼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은행쪽이 불안한 만큼 지금 분위기에서는 추가 규제를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기가 중요할텐데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규제를 추가로 도입하기 보다는 올해 도입한 각종 규제들을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까지 도입한 규제는 들어오는 자금을 억제하거나 빠져나가는 자금을 막는 탄력적 대응이 가능한 것들"이라며 "일방적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양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즉, 상황에 따라 외국인 채권투자 이자소득세를 물리다가 비과세할 수 있고 외환건전성부담금은 요율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