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희건 신한銀 명예회장 추모식..라응찬 `눈물`

by이준기 기자
2011.04.21 14:16:35

라응찬 "지금 머리가 복잡하다"..신상훈 "어떻게 말로 표현하나"
한동우 회장 "이희건 회장, 국내 최고은행 발전 약속 지켜"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지금 머리가 복잡합니다"(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내가 가장 사랑을 받은 사람입니다. 어떻게 말로 표현을 할 수 있겠습니까"(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지난달 21일 노환으로 별세한 고(故) 이희건 전 신한은행 명예회장에 대한 추모식이 별세 소식 한달만인 21일 10시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렸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055550) 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추모식 30분 전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엄숙한 표정으로 200여명의 내외빈을 맞이했다.

추모식은 1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묵념과 이 명예회장의 약력 보고, 추모사, 추모영상 상영,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 등 전직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했다. `신한금융사태`의 장본인들이었던 이들 3명은 행사장 오른쪽 역대 행장들 자리에 나란히 자리를 잡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라 전 회장은 지난 3월 재일교포 주주들의 모임인 퍼스트구락부 회원들에게 들려줬던 이 명예회장의 생전 육성음이 나오자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라 전 회장은 추모식 직후 "지금 마음이 복잡하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많이 운 탓인지 "머리도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동우 회장은 추모사에서 "이 명예회장은 신한을 국내 최고 은행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씀한 약속을 확실히 지키셨다"며 "이제 신한이 세계적 금융회사로 발전하는 것은 남아있는 저희의 몫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진원 행장은 약력 보고를 통해 "비록 몸은 떠나고 안계시지만 생전에 늘 강조하셨던 도전, 개척, 용기의 정신은 영원히 남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를 맡은 정진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단장과 공로명 세종재단 이사장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신한금융 전 경영진들 뿐만 아니라 어윤대 KB금융(105560)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053000)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하영구 한국씨티금융 회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고문을 각각 맡고 있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정몽준 의원도 참석했다. 특히 이 의원은 추모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 이희건 전 신한은행 명예회장 추모식

이 명예회장은 지난달 21일 향년 95세로 일본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스무살이 되기전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지역 재일동포들과 애환을 같이 했던 이 명예회장은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1917년 경북 경산에서 가난한 농민의 6남매중 2남으로 태어난 이 명예회장은 1974년 교포들의 국내투자 창구역할을 하는 본국투자협회를 설립했고 1977년에는 신한은행의 전신격인 제일투자금융 설립을 주도했다. 
 
신한은행이 설립된 것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82년이다. 자본금 250억원, 총 4개 영업점 274명으로 출발한 신한은행은 30년 만에 총자산 300조원대의 국내 최대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명예회장은 2001년 신한금융 출범 이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통합 등 고비때 마다 역할을 하면서 신한금융을 1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리딩뱅크로 성장시킨 신한의 전설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