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戰)현대차, `건설 지렛대`로 뭘 노리나

by정재웅 기자
2010.09.27 15:28:10

현대家의 정통성, 실질적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이어야
車·철강 이어 건설까지..`鐵 연관 산업`으로 사업재편
현대엠코-현대건설 합병 검토 안해..정의선 부회장 후계작업 '일축'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현대차그룹이 27일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하면서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화됐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명분'과 '실리' 두마리 토끼다.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세운 '현대'의 정통성을 잇겠다는 의지다. 또 자동차와 철강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건설로 확대·재편하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 확립을 위한 '실리'적인 측면도 고려됐다.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현대가(家)의 정통성'을 잇겠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에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룬 현대그룹의 근간이 현대건설인 만큼 이를 실질적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

아울러 범 현대가(家)인 현대중공업, KCC 등도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범 현대가(家)의 거부감은 없는 상태다.

실제로 정몽진 KCC회장은 지난 8월에 열린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 4주기 추도식에서 "현대건설은 돈 많은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곧 자금측면에서 현대그룹보다 훨씬 실탄이 넉넉한 현대차그룹이 인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도 "현대차그룹이 옛 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장자역할을 하고 있는만큼 그룹의 모태가 된 현대건설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것이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실질적인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그룹 매출의 대부분을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 비록 지난 4월 현대제철이 고로를 완공해 선친의 꿈이었던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수직계열화에 성공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현대건설을 인수해 종합엔지니어링 업체로 성장시킨다면 자동차와 철강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확대할 수 있는 좋은 '출구'가 되는 셈이다.

아울러 현재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인 현대엠코와의 시너지를 통해 건설부문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특히 해외 플랜트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의 품으로 들어온다면 현대차그룹은 '철'을 사용한 대부분의 산업을 영위하는 초거대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중심으로한 후계구도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다.

이같은 이야기가 제기되는 이유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엠코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 현대건설을 인수해 현대엠코와 합병한다면 현대엠코는 우회상장이 가능해지고 이렇게 되면 정 부회장은 막대한 자금을 통해 손에 넣을 수 있다.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정 부회장에게 쥐어질 자금은 현대차그룹 후계구도의 걸림돌인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사 전환, 특히 계열사간 복잡한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데 유용한 실탄이 된다.

현대차그룹에선 이같은 '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27일 발표된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출사표에도 "현대건설 인수 후 현대엠코와 합병하지 않는다"는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합병을 통한 후계구도 확립이라는 일각의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후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이 관계를, 현재의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와의 관계와 같은 방향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현대엠코는 시공사로, 현대건설은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차별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 참여가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 확립이라는 설은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라며 "현대건설 인수를 검토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