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by류의성 기자
2008.05.08 14:42:58

`시장지배적 지위`에 강력 반발 "행정소송 불사"
전문가들 "향후 불공정행위 사전 예방 차원인듯"
"수익에 영향 미미..불확실성 해소됐다" 분석도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NHN(035420)의 네이버와 다음, SK컴즈, 야후코리아, KTH의 파란 등 인터넷포털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시정조치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NHN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와 부당지원 행위를, 야후코리아에 대해서는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 SK컴즈는 조사방해 행위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다음과 파란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NHN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규정한 점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며 강력반발했다. 행정소송 방침을 밝힌 상태다. 야후코리아는 사실 관계에 대해 오해가 있어 최종 결정문을 받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무혐의 결정을 받은 다음과 파란은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NHN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기준이 불분명하고, 세계적으로 인터넷기업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한 사례가 없다는 주장이다. 공정위가 지적한 동영상UCC업체와의 콘텐트계약도 UCC업체의 선광고(동영상 시작전에 나오는 광고)를 무조건적으로 제한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NHN은 검색과 메일, 커뮤니티, 전자상거래, 콘텐트 등 인터넷포털의 서비스를 하나의 영역으로 보는 것은 `인위적으로 시장을 획정한 것`으로 유례가 없다고 주장한다. NHN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는 근거가 매출과 검색쿼리로 판단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매출에는 검색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 매출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검색쿼리만으로 시장지배력을 판단할 수 없으며, 이는 이용자들의 만족도라는 논리다.

게다가 검색쿼리로 따진다해도 미국에서 구글은 점유율 67%, 일본에서 야후재팬은 85%, 중국에서 바이두는 73%를 각각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기준으로 이들을 독점사업자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NHN 관계자는 "공정위의 포털 시장 획정 논리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포털은 새로운 산업분야로 인터넷의 역동적 특성이 고려돼야 한다. 포털에서 점유율은 지배력 아니다. 막 성숙 단계에 접어든 포털을 과거 산업시대 논리로 규제하는 것은 신 성장동력 발목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부당지원 행위라며 NHN에 부과한 과징금은 2억2700만원. 작년 영업이익 3895억원의 0.058% 수준으로, NHN 입장에서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으며 과징금 부과 범위도 넓어진다. 그러나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사업자라고 규정됐다 해도 해당 기업은 아무런 직접적인 영향이나 추가 규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판단함에 있어 NHN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봤고, 네이버가 선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UCC 동영상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 행위로 판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네이버가 다른 사안으로 문제가 된다면 그때 그 분야에서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아닌지 새로 판단해야 하며, 이전의 판단은 참고사항 이상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NHN 측도 "이번 조사의 판단 기준이 다른 사안까지 계속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실질적으로 사업적 리스크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NHN에는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창영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공정위 결정이 제재라기보다 NHN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해 향후에 있을지 모르는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NHN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한 것은 광범위한 포털서비스를 고려할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의미에 대한 반론으로 해석된다"며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이 갖는 불필요한 오해(규제 리스크)해소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정위 결과는 일단 실질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불공정행위 혐의는 벗게 된 것으로 NHN에게는 잃을 것이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과징금 부과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로 시정명령을 받았어도 실효성 있는 규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생각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지배적사업자 선정은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것으로 장기 악재는 아니라고 보인다"며 "1년 이상을 끌어오던 공정위 관련 이슈가 마무리돼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혐의 결정을 받은 다음과 KTH의 경우 느긋한 모습이다.

다음은 "이번 무혐의 결정에 대해 다음의 행위가 공정거래 질서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TH 관계자는 "이번 무혐의처리로 KTH가 공정한 거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 기쁘다. KTH는 향후에도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공정한 인터넷 거래환경이 조성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며 시정명령을 받은 야후코리아는 "공정위로부터 정식 공문을 받고 검토한 이후 시정 방향을 정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사실 관계에 대한 공정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최종 결정문을 받으면 최종 검토 후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 기본적으로 처결 자체가 큰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동영상 UCC(손수제작물)업체들은 어려운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공생의 자리가 확립되길 바란다는 반응이다.

국내 최대 UCC동영상업체 판도라TV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네이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부당한 부분이 많이 시정됐다. 이번 결정이 동영상UCC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대형 인터넷업체와 중소형업체가 함께 생존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