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홈쇼핑 10년 한 풀었다'

by이태호 기자
2006.12.27 18:04:02

방송위, 우리홈 인수 조건부 승인
태광산업 협조여부가 성공의 관건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롯데가 홈쇼핑 사업 진출을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방송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롯데쇼핑(023530)이 앞서 제출한 경영계획에 따라 지역경제와 중소기업의 활성화와 수익의 사회환원(매년 영업이익의 4%)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우리홈쇼핑 인수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방송위원 9명은 지난달 29일 전체회의 때도 이번 안건에 대해 논의했지만 "법률적 검토와 신중한 결론 도출이 필요하다"며 최종 결정을 미룬 바 있다.
 
그러나 "법률적 검토와 방송위 정책 부합 여부, 독과점 지위 확대 우려 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 끝에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롯데는 지난 1994년과 2001년 두차례의 홈쇼핑 채널 사업자 선정에 참여했지만 번번이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유통 공룡기업인 롯데가 독점적 지위를 형성하면서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방송위의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8월 초 우리홈쇼핑의 지분 53.03%를 4667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재차 사업 진출을 위한 문을 두드렸고,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에 이어 결국 방송위도 사업을 허가하면서 오랜 꿈을 이루게 됐다.
 
현재 홈쇼핑 시장은 1994년 사업자로 선정된 GS홈쇼핑(028150)(옛 한국홈쇼핑)과 CJ홈쇼핑(035760)(옛 39쇼핑), 2001년 신규로 진출한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홈쇼핑 5개사가 취급고 기준 4조원 규모의 시장을 분할 점유하고 있다.


 
롯데는 이번 우리홈쇼핑 인수로 주요 유통채널을 모두 거머쥠과 동시에 개별 채널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토대로 더욱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롯데는 현재 백화점(롯데백화점), 대형마트(롯데마트), 홈쇼핑(우리홈쇼핑), 슈퍼마켓(롯데슈퍼), 편의점(세븐일레븐), 인터넷쇼핑몰(롯데닷컴) 등 국내 거의 모든 주요 유통 채널을 섭렵하고 있다.
 
점포수로는 12월 말 현재 롯데백화점이 23곳, 롯데마트가 51곳, 롯데슈퍼가 52곳이며 세븐일레븐도 1450곳에 달한다.
 
매출액은 지난해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백화점이 5조1920억원으로 압도적인 시장 1위를 차지했고, 대형마트는 2조9031억원으로 업계 3위를 기록했다.

또 홈쇼핑업계 4위 업체인 우리홈쇼핑은 지난해 약 5000억원(취급고 기준)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밖에 롯데슈퍼마켓은 GS수퍼마켓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편의점인 세븐일레븐도 패밀리마트와 GS25에 이어 업계 3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홈쇼핑 사업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좋은(로우) 채널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롯데 측에서는 우리홈쇼핑의 2대주주이자 케이블TV방송국(SO)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는 태광산업(003240) 측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홈쇼핑 경영권을 노렸다가 결국 실패해버린 태광산업은 아직까지 롯데에 비협조 입장을 밝히고 있다. 태광산업 계열의 케이블TV 사업자인 티브로드 관계자는 "방송위가 결국 승인할 줄은 몰랐다"면서 "과거 거부할 때와 달리 이제와서 롯데의 진출을 승인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업계 일각에서는 태광산업이 끝까지 롯데에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비록 우리홈쇼핑의 경영권은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지분의 무려 46%를 보유한 `주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홈쇼핑을 바라보는 시각도 `불안 반 기대 반`으로 갈리고 있다. 협력만 잘 이뤄진다면, 최대 유통업체와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를 양대 주주로 거느린 초강력 홈쇼핑업체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