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성 기자
2003.02.13 15:07:10
세계 일류 종합물류그룹 성장 박차
4형제간 소그룹체제 유지..계열분리는 쉽지 않아
[edaily 김기성기자] 재계 5위인 한진그룹이 14일 조양호 회장체제로 공식 출범한다. 지난해 11월 고 조중훈 회장의 별세 이후 3개월만에 장남인 조 회장이 그룹의 사령탑을 맡는 것으로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왔다.
한진그룹은 조회장의 그룹회장 취임을 계기로 국제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한층 강화, 세계 일류의 종합 물류그룹으로의 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재와 같은 4형제간 소그룹별 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계열분리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그룹 측은 "조회장이 그룹회장에 취임하더라도 전권을 쥐고 그룹 전체를 좌우하는 체제가 아니라 그룹을 대표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맡되 4형제는 각 소그룹부문에서 전문성을 살려 책임경영을 실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일류 종합 물류그룹 비전 제시 = 한진그룹은 오는 2010년까지 항공여객운송 세계 10위, 항공화물운송 세계 1위, 해상운송 세계 3위, 국내 육운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차기정부가 동북아 허브 계획을 수립한 만큼 한국이 동북아의 물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선도그룹으로 역할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취항지역 확대 및 물류거점 확보 등 글로벌 수송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대한항공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Team) 및 한진해운이 참여하고 있는 CKYH 얼라이언스와의 국제적 제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4개 소그룹체제 유지..계열분리는 시간 걸릴듯 = 한진그룹은 항공 및 육상운송, 중공업, 해운, 금융 등 4개 소그룹 22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인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한진 한국공항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등 항공 및 육상운송 부문 14개사 계열사를 관할하고 있으며 2남인 조남호 부회장은 한진중공업 한일레저 한국종기 등 중공업부문 3개사를 담당하고 있다.
또 3남인 조수호 부회장은 한진해운 거양해운 싸이버로지텍 등 해운부문 3개사, 4남인 조정호 부회장은 동양화재, 한불종금 등 금융부문 2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진그룹이 4형제간 소그룹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소그룹 경영은 조회장의 그룹회장 취임 이후 조남호 조수호 조정호 부회장이 각 소그룹의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어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중공업 해운 금융 등 3개 소그룹의 분리작업은 4형제가 합의한 대로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상호지급보증 문제로 인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그룹은 고 조회장 보유주식의 계열사 기증에 따른 사후조치로 지난달말 계열사간 대량 지분이동을 실시하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대한선주(현 한진해운) 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등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상호간 지급보증을 통해 발생한 대규모 산업합리화 채무보증이 수조원에 달하고 있어 계열분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9월말 현재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1조4750억원, 거양해운 1579억원, 한진중공업 2566억원 등의 산업합리화 채무보증을 지고 있다.
또 한진해운은 대한항공 1462억원, 한진 544억원, 한진중공업 340억을, 한진중공업의 경우 대한항공 1875억원, 한진 729억원, 한진해운 1709억원, 한국공항 710억원 등의 채무보증을 서고 있다.
이같은 상호 채무보증규모가 워낙 대규모인데다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채권기관과의 협의를 통한 전격적인 해소없이는 계열분리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지난 74년 대한항공에 입사,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던 조 회장은 99년 대한항공의 잇단 항공사고로 사장직에서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대한항공 회장직으로 물러나고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는 등 시련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으나 작년말 사면 복권됐고 이번에 한진그룹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