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랑·반다비가 국립발레단 간담회를 찾은 이유는
by장병호 기자
2017.10.25 11:34:16
신작 ''안나 카레니나'' 내달 1일 개막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하는 작품
세계인과 공감 위해 보편적 주제 선정
안무가 슈푹 기교보다 드라마에 방점
박슬기·김리회·한나래 안나 역 캐스팅
|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신작 ‘안나 카레니나’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수호랑·반다비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무용수 박슬기·김리회, 강수진 예술감독,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 무용수 한나래(사진=국립발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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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톨스토이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가 발레로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11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안나 카레니나’를 신작으로 선보인다. 취리히발레단의 예술감독인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의 안무로 2014년 스위스에서 초연했다. 라흐마니노프·루토슬라프스키의 음악과 함께 클래식·모던·드라마 등 발레의 진수를 한자리에 모은 작품이다.
△‘평창문화올림픽’ 일환으로 기획
국립발레단은 개막을 1주일여 앞둔 24일 같은 장소에서 작품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반다비가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간담회에 등장한 이유가 있다. ‘안나 카레니나’는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평창문화올림픽’의 일환으로 기획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올림픽은 한국의 행사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행사다. 어떤 작품을 올려야 할지 고민이 컸다”면서 “‘안나 카레니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작이라는 점에서 올림픽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무용계에서는 국립발레단이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단인 만큼 올림픽에서도 한국적인 작품을 선보여야 하는 것이 아냐니는 의견도 나온다. 강 예술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한국적인 작품을 창작하는 것도 어떨지 많이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안나 카레니나’를 선정한 것은 보다 보편적인 주제로 세계인과 공감하기 위함이다. 강 예술감독은 “(‘안나 카레니나’가 다루는) 사랑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이면서도 누가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주제라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슈푹 안무가의 고민도 비슷했다. 그는 “‘안나 카레니나’는 굉장히 유럽적인 이야기다. 처음 한국의 국립발레단에서 이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조금 떨렸다”고 밝혔다. 불안을 해소시킨 것은 국립발레단원들이었다. 슈푹 안무가는 “단원들이 발걸음을 복사하는 식으로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생각을 하며 연습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이들이 작품을 잘 소화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방대한 원작…인물 감정에 초점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안나 카레니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국내에 번역·출간된 책도 무려 1800쪽에 달한다. 슈푹 안무가는 “원작을 그대로 발레로 옮긴다면 공연 시간만 무려 6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책의 본질을 옮기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 안나·브론스키·카레닌의 삼각관계는 물론 주변 인물의 이야기까지 조명해 19세기 러시아 상류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란한 기교보다 인물의 감정이 도드라지는 것도 ‘안나 카레니나’의 특징이다. 슈푹 안무가는 “복잡한 안무를 아름답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무용수에게도 ‘우리는 발레를 하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의 주인공인 안나는 어린 나이에 카레닌과 정략결혼을 했지만 뒤늦게 만난 브론스키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결국 불행에 빠지는 인물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수석무용수 김리회·박슬기와 솔리스트 한나래가 주인공인 안나 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다.
세 사람 모두 결혼한 입장에서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슬기는 “개인적으로는 안나와 같은 선택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안나를 이해하며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리회는 “처음에는 안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알고 나니 조금씩 이해가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래는 “사랑은 모든 걸 포기할 각오를 하고 하는 것”이라면서 “나 역시 안나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비슷한 선택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난설헌’과 함께 내년 2월 강릉 공연
‘안나 카레니나’는 서울에서 먼저 공연한 뒤 내년 2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인근의 강릉 올림픽아트센터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 2월 12일에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이 안무한 ‘허난설헌_수월경화’도 함께 선보인다.
강 예술감독은 “‘안나 카레니나’가 한국 발레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허난설헌_수월경화’는 서양의 발레를 이렇게 한국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면서 “티켓 가격(최고가 5만원)도 다른 작품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한 만큼 많은 관객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행복과 슬픔 등 여러 감정이 녹아 있는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콘셉트 이미지(사진=국립발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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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콘셉트 이미지(사진=국립발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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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이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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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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