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은 기자
2017.06.12 10:09:23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매년 적자를 내오다 올 1분기 두번째 흑자를 냈다. 분기 기준 지난해 3분기에 이어서다. 한해 성적은 아직 받아들기 전이다. 차보험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인 기후나 시장여건에 따라 수익폭의 변화가 매우 크다. 아직 잔치를 벌이기는 다소 이른감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많은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내리며 가격 인하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더케이손보, 악사손보 등이 평균 보험료를 인하했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개선으로 보험료 인하 여력이 생겨 보험료를 전격 인하키로 했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은 ‘점유율 전쟁’의 시작이다. 차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11개 보험사 중 5곳은 지난 1분기에도 적자를 냈지만 이들 보험사들 중에서 보험료 인하에 동참한 곳도 있다.
이같은 보험료 인하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15년 말 보험료 자율화 이후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지난해 손해율을 이유로 보험료를 끌어올린 바 있다. 그러다 다시 찔끔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과는 동떨어진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는 이같은 보험료 인하 경쟁으로 중소형 보험사들의 입지가 더욱 악화한다는 것이다. 차보험 시장은 4개 상위 보험사가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과점시장이다. 여기에 가격 마케팅으로 상위사가 시장지위를 독식할 경우 중소형사들은 고사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중소형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으로 시장에 진입해 있다는 점에서 대형사들의 보험료 인하는 고객이탈의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 4개사 점유율은 지난해 이후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같은 과점화는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줄인다는 점에서도 옳지 않다.
한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가 기자와의 사석에서 “사실 보험료를 내릴 여력은 없지만 가격인하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가격 경쟁으로 인한 점유율 증가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이다. 고객의 충성도는 가격보다 상품의 가치로 좌우된다. 보다 장기적이면서 고객 친화적 안목을 갖길 바란다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