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전선 앞에 밀월관계 강화하는 中-獨(종합)
by김인경 기자
2017.06.11 17:34:31
바이두-보쉬 MOU 체결…자동차 넘어 반도체·물류 등 기류 확대
“트럼프 보호주의 무역 대응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중국과 독일이 밀월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계를 시작으로 반도체, 정보통신(IT) 등 다양한 기업들이 손을 잡고 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 무역주의 경향을 강화하자 독일이 미국 대신 중국의 손을 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닛케이아시아리뷰에 따르면 지난 1일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독일 베를린에서 자동차 신기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 사는 바이두의 인공지능(AI)과 보쉬의 첨단기술을 결합해 친환경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 독일 보쉬사의 디어크 호하이젤 총괄회장(오른쪽)과 바이두의 최고운영책임자 루치(왼쪽)이 지난 1일(현지시간) 자동차 신기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에서 두번째)와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에서 세번째)도 함께 했다. [AFPBB제공] |
|
바이두와 보쉬뿐만 아니다. 벤처회사인 상하이 웨이라이자동차는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과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부문의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이들 회사는 올해 말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생산은 웨이라이자동차가 하고 콘티넨탈은 타이어와 부품 등을 공급할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업체 안후이성 화이안집단과 독일 폭스바겐 역시 전기차를 위해 합작을 선언했다. 다임러 역시 베이징 자동차와의 협력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자동차 제조업에서 교류가 확대되자 통신장비나 화물, 반도체 등 다른 산업으로도 협력이 증가했다.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훼이는 독일 물류사인 DHL과 제휴했고 반도체 기업 통푸웨이덴(通富微電子)은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협력을 타진했다.
중국과 독일의 기업 제휴 분위기는 지난 2011년 조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원자바오 총리와 메르켈 총리의 왕래가 활발해지며 중국은 독일에 기술력을 흡수하려 했고 독일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 규모를 발판으로 제조업을 확대하려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제조업을 둘러싼 신기술이 확대되며 두 나라의 관계는 밀접해졌다.
게다가 지난해 말 ‘무역 보호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양국은 협력은 더욱 강화하기 시작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독일의 대미 상품무역 수지는 지난해 1분기보다 5.7% 감소했다. 이에 독일은 더더욱중국에 눈을 돌리게 된 것. 메르켈 총리는 지난 1일 리커창 총리와 회담 직후 “중국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전략적인 파트너”라 칭하기도 했다.
중국 역시 이번 기회를 빌미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현재 세계의 불확실성과 불안정 요인이 늘어나는 배경에서 중국과 독일은 다자주의 고수, 현행 국제시스템 수호, 국제관계 준칙 및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포함해 각국이 달성한 공감대 준수, 무역 투자 자유화 및 원활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자유무역과 파리기후협정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유럽과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공동 전선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유럽을 냉대한 것이 중국에 뜻밖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