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이주영 장관이 사는 법

by윤종성 기자
2014.06.13 14:25:04

청와대, 7개부처 개각 단행..해수부 장관은 유임
해수부 장관 물러나도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거취는 결국 유임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 장관은 세월호 사고 수습을 마무리 지은 후 스스로 사표를 내고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주영 해수부 장관을 유임했다”고 발표했다. 민 대변인은 “이 장관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체하는 것은 공백기가 길어 유가족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세월호 참사 후 경질 대상 1순위로 꼽혔다. 해수부가 이번 세월호 사고의 주무부처인 데다, 검·경 합동 수사 과정에서 각종 해운 비리가 밝혀지면서 경질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다. 당시만 해도 관가 안팎에서는 ‘이 장관은 무조건 경질’이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장관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4월 16일 진도 팽목항에 내려간 뒤, 단 한 번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매일 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김밥 도시락으로 끼니를 떼우면서 현장을 지휘했다. 남는 시간은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했다.

이 장관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농림해양수산식품위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하라는 국회 요청도 단칼에 거절했다. 진도 팽목항에 남아 유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야당 측은 반발했지만, 그런 그를 유가족들은 고마워 했다.



이 장관은 요새도 하루에 두번 진도군청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수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고 초기만 해도 이 장관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붓던 유가족들은 이제 그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의 항의를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한 번도 곁을 떠나지 않는 모습에 마음의 문을 연 것이다.

이 장관은 세월호 사고 수습이 마무리 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바로 사표를 낼 생각이고, 그게 도리”라고 말했다. 장관 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해선 “지금은 (날 보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막상 물러나지 않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장관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박근혜정부에서 더욱 중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과 끝까지 현장을 지킨 성실함 등이 국민들에게 큰 신뢰와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판사, 4선 국회의원이었던 이 장관에게 있어 세월호 참사는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위기를 다시 ‘기회’로 바꾼 이 장관이 관료이자 정치인으로서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세월호 침몰사고 34일째인 지난달 19일 오후 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