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재웅 기자
2012.08.07 15:46:54
연초대비 주가 상승률 車는 ''+'' 부품주는 ''-''
매출처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낮은 가격 협상력도 문제
"장기적 성장성 높아..리레이팅 시점 임박"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국내 자동차 부품주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매출의 상당부분을 현대·기아차를 통해 올린다. 그렇다보니 실적과 주가도 함께 움직인다.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늘어날 수록 부품업체들의 판매도 함께 늘어나는 이치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런 공식이 깨지고 있다. 특히 주가에 있어서 ‘디커플링’현상은 확연하다. 왜 일까?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연초대비 주가 상승률은 11.29% 다. 기아차도 14.13% 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이 3.30% 인 것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다.
반면, 부품주들의 주가 상승률은 지지부진하다. 만도(060980)의 경우, 연초대비 주가상승률은 -19.85% 에 그치고 있다. 성우하이텍(015750)은 -9.09%, 에스엘(005850) -9.82%, 화신(010690) -24.36%, 한일이화(007860) -1.46% 등이다.
자동차 부품주들은 지난 2009년 현대·기아차의 품질 향상과 해외 생산기지 확장과 더불어 가치를 인정 받기 시작했다. 우수한 현대·기아차 뒤엔 탄탄한 부품업체들이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부터 자동차 부품주들의 주가는 완성차 대비 디스카운트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성장에 대해 해외 완성차 업체들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비용은 고스란히 부품업체들에게 ‘가격 인하 압박’으로 작용했다. 밸류 체인상 가격협상력이 낮은 부품업체들에겐 부담이다.
김은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한국 부품사들은 현재 완성차 대비 약 2% 할인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부품사들의 시장대비 할인 폭 중 가장 큰 수준”이라며 “높은 단일고객 의존도와 낮은 가격 협상력, 한국 부품업체가 경쟁하는 전속시장(captive market)의 제한된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외형적으로는 현대·기아차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가격인하 압박 등에 따라 실질적인 이윤은 생각보다 적었다는 이야기다. 또 올해 현대·기아차가 판매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도 부품업체들의 성장을 우려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가격 협상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다른 매출처를 찾고 있다. 하지만 부품업체들의 해외 진출의 경우도 대부분 현대·기아차와 동반 진출한 경우가 많다.
물류비용 절감과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과 근거리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주업은 현대·기아차의 물량을 맞추는 것이고 매출처 다변화는 부업이 되는 셈이다.
이상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현재 자동차 부품주들의 주가는 고점대비 반토막 수준”이라면서 “해외에서의 이익이 정체상태이고 최근 전장화 트렌드에 따라 부품업체들의 글로벌화가 많이 퇴색된데다, 대부분 소형주여서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아직 자동차 부품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향후 성장성이 큰 것은 물론, 현재의 우려는 크게 걱정할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최대식 B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에 동반 진출한 핵심 부품업체들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성장을 공유하는 한편, 현지화 이후에는 타 메이커로 매출처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며 “지금은 부품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낮게 형성돼 있지만 리레이팅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지 연구원도 “한국의 부품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고 글로벌 업체로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문제는 밸류에이션인데, 도요타의 사례로 볼때 올해와 내년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수주로 볼륨 성장이 가능한 선별적 한국 부품사의 리레이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