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UAL 파산신청..항공업계 지각변동

by권소현 기자
2002.12.10 16:05:35

[edaily 권소현기자] 유나이티드에어라인즈의 모기업인 UAL이 9일(현지시간) 결국 파산신청을 했다.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18억달러의 연방 채무보증을 얻어내지 못함으로써 미국 항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국제 항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유나이티드가 세계 최대의 국제 항공동맹인 스타얼라이언스의 간판 기업인데다 세계 2위의 항공사로서 미국과 호주, 일본, 유럽 등 운항노선 점유율도 높았기 때문이다.

UAL측은 항공노선을 변함없이 운항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이며 스타얼라이언스 역시 노선제휴나 동맹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요금인하 가능성이나 운항노선 감축을 놓고 전망이 분분하다.

◇가격인하 전쟁 가열될까
일단 유나이티드가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해 항공운임을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CSFB의 이타자키 오수케 애널리스트는 “유나이티드에어라인즈가 운항을 계속 하겠다고 밝힌 것은 곧 항공료 할인율을 높이겠다는 의미”라며 “항공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은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항공사인 재팬에어라인(JAL)의 대변인인 지오프 튜더는 "일반적으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항공사들이 항공료를 인하하고 있다"며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BN암로 호주법인의 브루스 로우 애널리스트는 "항공업체들이 파산신청을 할 때 대부분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요금할인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9.11 테러 이후 항공여행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인하 경쟁까지 겹쳐 고전하고 있는 항공업계로서는 더이상 가격을 인하할 경우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미 JAL은 태평양을 건너는 노선의 승객수가 지난 4~9월까지 13% 감소해 미국 노선에 있어서 고전하고 있다.

반면 유나이티드가 요금을 인하해도 이미 내릴대로 내린 항공업체들이 인하경쟁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홍콩 최대의 항공사인 케세이퍼시픽에어웨이즈는 마리아 유 대변인은 "항공업계에는 가격 인하 압력이 늘 있었다"며 "승객의 필요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이미 항공운임은 낮은 상태여서 가격인하 전쟁이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항공사들중 추가로 가격인하를 종용하는데 관심있는 업체는 없는 데다가 브래니프나 이스턴에어라인즈와 같이 재무위기로 항공료를 큰 폭으로 인하하는 업체들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이번 유나이티드 파산신청으로 가격인하 경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항공업계는 판도는
한편 UAL의 파산신청으로 경쟁업체인 아메리칸에어라인즈(AA)와 노스웨스트에어라인즈 등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특히 AA가 UAL 파산신청으로 인한 최대의 수혜업체일 것으로 AWSJ은 전망했다. 우선 유나이티드의 거점인 시가코와 중남미 및 유럽으로의 대륙간 운항노선이 줄어들 것이기 떄문이다. AA와 유나이티드는 여러 지역에서 중복된 노선을 운항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델타는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UAL의 자리를 메꿀 수 있으며 덴버에서는 프론티에어라인즈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유나이티드의 위상은 그다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계 2위의 항공사로서 유나이티드는 강력한 거점 연결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잦은 운항회수로 승객들의 충성도도 높다. 또 스타얼라이언스 네트워크를 통한 멤버쉽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미국 여행객들은 이미 항공업계의 재무구조가 열악하다는 사실에 적응돼 있어 파산보호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다.

블레이락앤파트너스의 레이 니들 애널리스트는 “승객들은 예전처럼 파산 항공사의 비행기를 탄다는 것에 대해 예전처럼 공포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뭏튼 비용절감을 위한 인건비 조정을 놓고 직원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항공사들에게 UAL의 파산신청 사례는 호재임이 분명하다. 경쟁업체들은 직원들에게 유나이티드의 예를 들며 임금동결이나 삭감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컨티넨탈과 AA 조종사와 노동계약을 협상중이다. 컨티넨탈에어라인즈의 최고경영자(CEO)인 고돈 베튠은 "UAL의 파산신청이 항공업계에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호주 항공업계 M&A에도 걸림돌
UAL 파산보호 신청은 호주의 항공업계의 M&A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호주 1위 항공사인 콴타에어웨이즈는 경쟁업체인 에어뉴질랜드를 인수키로 했으나 UAL의 파산신청 이후 공정거래에 관한 규제당국으로부터 보다 정밀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에어라인즈는 호주와 미국간 노선의 1/3을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노선을 콴타스와 에어뉴질랜드가 나눠갖고 있었다.

ABN암로의 브루스 로우 애널리스트는 "유나이티드가 미국과 호주간 노선을 모두 중단한다면 콴타스와 에어뉴질랜드가 완전히 독점하게 된다"며 "이는 콴타스의 에어뉴질랜드 지분인수에 대한 당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콴타스는 호주 국내선의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안셋이 지난해 9월 무너진 이후 국제 노선을 운항하는 유일한 국적항공사다. 콴타스는 정부가 82%를 보유하고 있는 에어뉴질랜드의 지분 22.5%를 매입키로 하고 정부당국과 주주들로부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