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장관, 전쟁범죄 의혹…생존자 사살 지시 논란

by방성훈 기자
2025.12.02 07:59:34

마약운반선 공습후 해군제독에 생존자 사살 지시 혐의
백악관 "테러리스트와 전쟁 상태…정당한 권한" 주장
국제법선 의도적 사살 불허…美의회 조사 착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마약운반선 공습과 관련, 생존자들을 사살토록 명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전쟁범죄 논란에 휩싸였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사진=AFP)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2일 카리브해에서 미군이 베네수엘라의 마약운반선을 공격했을 당시 헤그세스 장관이 살아남은 선원들을 추격·사살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인도법 위반에 해당하는 전쟁범죄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마약운반선에는 11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미 해군 특수부대 소속 ‘실 팀 6’(SEAL Team 6)은 공습을 감행해 선박을 폭파했다. 이후 잔해에 생존자 2명이 매달려 있는 것이 확인됐는데, 작전을 지휘자인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은 헤그세스 장관으로부터 “전원 사살”이라는 구두 지시를 받고, 2차 공격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국제인도법에서는 무력분쟁 중이라도 전투 능력이 없는 난파자나 부상자를 보호토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헤그세스 장관의 구두 명령이 사실이라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군이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살해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카르텔과 미국이 ‘전쟁 상태’(교전 상황)에 있다면서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2차 공격을 명령한 것이 브래들리 제독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그의 권한 내에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은 ‘나르코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단체에 전쟁법에 따라 치명적 타격을 가하도록 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브래들리 제독에게 물리적 타격 권한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래들리 제독은 부여된 권한과 법의 범위 내에서 선박을 파괴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했다”며 “마약 조직은 미국을 위협하는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돼 있으며, 대통령은 그들을 제거할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쟁 상태라는 백악관의 주장이 인정되더라도 미군이 생존을 확인한 난파자까지 살해했다면 문제가 된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특히 지난 10월 16일 카리브해에서 이뤄진 또 다른 공습에선 생존 선원 2명을 구조해 각각 고향인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로 돌려보냈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백악관의 설명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0일 “헤그세스 장관은 나에게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을 100% 믿는다”고 주장한 것과 정반대 입장이라는 점에서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공격은 정당한 작전이었다고 옹호하면서도, 생존자 2명을 겨냥한 두 번째 공격에 대해서는 “내가 원했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미 연방의회는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했다. 미 초당파 의원들은 법적 정당성과 명령 체계를 규명해야 한다며 미 국방부에 관련 자료 제출 및 조사를 요구했다.

외신들은 이번 의혹이 일기 전부터 미군이 공해상 또는 다른 국가 인근 해역에서 마약운반선을 선제 타격하는 작전 자체가 국제법상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왔다고 짚었다.

이어 마약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해상 공격을 교전 상황으로 간주하기 어려울 뿐더러, 격침된 선박들이 마약을 운반하고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며 국내법도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