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배민은 쿠팡처럼, 쿠팡은 배민처럼
by유현욱 기자
2021.06.14 11:00:10
배달의민족, 단건배달 배민1 시작
쿠팡이츠, 퀵커머스 시장 진출 시동
라스트마일 최강자 놓고 진검승부 예고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의 ‘쿠팡이츠’가 닮아가고 있다. 음식배달 시장의 왕좌를 놓고 경쟁을 거듭하는 가운데 상대방의 강점을 적절히 흡수하면서 공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진화는 여러 개의 종(種)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함께 진화해 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에서 단건배달(주문 1건당 배달 1건) 서비스인 ‘배민1’(One)을 시작했다.
‘한번에 한집만 배달’하는 쿠팡이츠를 선호하는 이용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단건배달의 원조인 쿠팡이츠가 유행에 민감한 강남 3구에서 배민을 제쳤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자 묶음배달(동선에 따라 여러 주문을 한번에 배달)을 고수해오던 업계 1위 배민이 자존심을 내려놨다.
2019년 5월 첫발을 뗀 쿠팡이츠는 불과 2년 만에 강남 3구의 인기를 발판으로 삼아 제주까지 아우르는 전국구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자리에 등극했다. 배민 역시 이에 뒤질세라 연내 수도권과 전국 주요 광역시로 배민1 가능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쿠팡이츠는 배민의 퀵 커머스(즉시 배달 상거래) ‘B마트’를 연상케 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마트는 식품, 생필품 등을 직매입해 판매·배달하는 장보기 서비스다. 특허청에 따르면 쿠팡은 △퀵 딜리버리(Quick Delivery) △퀵 커머스(Quick Commerce) △큐 커머스(Q Commerce) △큐 딜리버리(Q Delivery) △쿠팡이츠 오리지널(Counpang Eats Original) △이츠 오리지널(Eats Original) 등 다수 상표권에 대해 출원 신청을 했다.
지난 4월 쿠팡이츠서비스가 분사한 것도 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쿠팡이츠서비스가 사업목적으로 음식 배달 대행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및 공급업 △소화물 운송업 △운송대행 및 알선업 △보관 및 알선업 등을 신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자본금을 2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린 쿠팡이츠서비스는 ‘이츠친구’(배달원) 모집에도 나섰다. 쿠팡친구(로켓배송 전담 택배기사)처럼 이츠친구에게는 △주5일 근무 △고정적인 근로시간 보장 △4대 보험가입 △유류비와 통신비 지원 △경조사 지원 △본인 및 가족 단체보험 가입 등 혜택들이 제공될 예정이다.
쿠팡이 쿠팡이츠를 통해 식음료에 특화한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상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쿠팡은 지난 3월부터 뷰티 카테고리(상품군)에 한정해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 ‘쿠팡 라이브’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음식 카테고리의 경우 쿠팡이츠를 라이브 커머스 채널로 활용하면 더 직관적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실제 배민은 지난 3월 ‘배민쇼핑라이브’를 론칭했으며 지난달부터는 전국 유명 식당들과 손잡고 인기 메뉴를 가정간편식(HMR)으로 만든 ‘배민의 발견’을 출시했다.
쿠팡이 낸 ‘이츠 오리지널’ 상표권, 쿠팡이츠서비스 설립이유 중 하나인 ‘콘텐츠 제작 및 공급업’을 결합해보면 쿠팡이츠 또한 라이브 커머스를 넘어 자체상표 HMR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출발점은 달랐지만,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라스트마일(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을 차지하기 위한 최후의 전쟁이 막을 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