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전세계 언론 '이건희 삶' 재조명…'전자업계 거인·韓 경제대통령'
by신정은 기자
2020.10.25 16:30:46
WSJ "모든 기대치를 뛰어넘은 인물"
NYT "끊임없는 혁신 추구"…일화 등 소개
中CCTV "이건희 아래 삼성 韓 '거물'로 성장"
日매체, 일본 대학 졸업 등 인연 소개
베트남·싱가포르 언론 메인화면에 띄어 주목
[이데일리 신정은 베이징 특파원 방성훈 기자] 전세계 언론이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소식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외신들은 이 회장에 대해 “삼성그룹을 세계 최대 스마트폰 및 TV 제조업체로 탈바꿈시킨 인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국의 경제대통령’이라며 그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WSJ은 “이 회장은 대한민국 최대 기업으로 삼성을 30년 넘게 이끌어왔으며, 스마트폰과 반도체부터 생명보험, 롤러코스터(테마파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판매하는 회사로 변모시켰다”며 “모든 면에서 그는 모든 기대치를 뛰어 넘었고, 회사를 텔레비전, 스마트폰 및 메모리칩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려놨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이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맡았었고 올림픽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이 회장이 심장병으로 최근 5년 가량 투병 생활을 해왔고 이미 상당히 허약해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 폐암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WSJ은 “이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의 승계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최대 개인 주주였는데, 50% 세율의 소득세를 감안하면 상속 문제가 복잡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NYT는 “전자 업계의 거인(Electronics Titan)이 향년 7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며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사망 소식은 전하면서도 사인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 회장이 지난 1987년 회장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서방 국가에선 삼성전자 제품을 할인 매장 등에서 판매하는 저가형 물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끊임없이 기술개발과 혁신을 강력 추진하며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 반열에 올려놨다고 평했다. 신문은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일 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 중에서도 연구개발(R&D)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곳들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NYT와 WSJ 등은 이 회장이 1995년과 2008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두 차례 기소됐었는데, 당시 한국에선 관행이었다는 이 회장의 해명과 함께 사면을 받았던 소식도 함께 전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혁신에 시동을 걸었던 일화 등을 소개했으며, 블룸버그통신은 자사의 억만장자 지수를 인용해 이 회장의 재산이 207억달러(한화 약 23조 36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는 물론 중국 내 유력 온라인 매체, 지방 매체 등도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속보로 타전했다. 오전 10시(현지시간) 기준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 뉴스토픽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중앙(CC)TV 인터넷판은 “이 회장이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남으로, 1987년 이 창업주의 별세 후 제 2대 삼성그룹 회장이 됐다”며 “그의 인도 아래 삼성은 한국에서 가장 큰 가족기업이자 ‘거물’ 경제체가 됐다”고 평가했다.
CCTV는 이어 “이 회장 본인은 나아가 한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며 “이 회장이 2014년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한 이후 그 외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오너가 됐다”고도 전했다.
중국 많은 매체들은 이 회장이 한국의 최고 부호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포브스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20년 한국 부호 순위에서 이 회장의 자산은 173억달러(약 19조5230억원)로 1위를 자치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의 자산은 67억달러로 한국 4위다.
중국 중위안망(中原網)은 “이 회장이 삼성을 물려받은 이후 삼성은 눈부시게 도약했고, 세계 무대로 향했다”며 “삼성을 아시아에서 가장 가치있는 IT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최고 부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회장은 한국에서 지위가 높고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며 “재벌 파워도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이 회장의 자세한 프로필을 전했다. 이 매체는 1988년 이 회장이 삼성을 21세기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고, 1993년 이 회장이 ‘수량 중심의 경영에서 품질중심 경영’으로 완전히 경영 기조를 바꿨다는 점을 기술했다. 또한 같은해 7시 출근 4시 퇴근이란 새로운 근무제를 도입해 한국의 일과 휴식의 일상을 바꿨으며 ‘신경영’을 선포해 삼성을 세계 인류 기업으로 이끌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2003년 이 회장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주5일 근무제가 한국인의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 사진=베트남 국가통신사(TTXVN) 메인 화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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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은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생전 일본과의 인연 등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이 회장이 소년 시절 일본에서 산 경험이 있고, 1965년 일본의 사립 명문인 와세다(早稻田)대학을 졸업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한 이 회장은 마쓰시타(松下) 전기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1894~1989)를 존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기업의 품질개선과 경영수법에 정통했다고 주장했다.
교도통신은 “한국 최대 재벌 삼성그룹을 창업가 2대 회장으로서 잘 이끌었다”며 “그룹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사업을 기둥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1987년부터 삼성 회장에 취임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을 앞세워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며 “삼성 중흥의 시조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공영방송 NHK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오랜 시간 그룹을 견인하고 중핵인 삼성전자를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 시켜 한국을 대표하는 카리스마적인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주요국 언론들도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절반 가량은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국가통신사(TTXVN)는 메인화면에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띄우고 “이 회장이 삼성을 전자와 보험, 조선, 건설 등 많은 분야에서 수십 개 계열사를 둔 한국 최대 기업으로 키웠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도 이 회장의 별세 뉴스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올렸다. 태국 일간 방콕 포스트는 비즈니스면을 통해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했고, GMA 뉴스 등 필리핀 언론도 관련 소식을 잇따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