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인터넷은행 ‘메기 효과’ 지속 위해 혁신모델 찾아야”
by박일경 기자
2017.09.10 17:58:25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돌풍으로 국내 은행산업에 ‘메기 효과’(Catfish effect)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메기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인터넷은행 스스로 혁신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기 효과란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이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뜻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3의 인터넷뱅크, 즉 인터넷 전문은행의 추가 인가 가능성도 커져 이같은 경쟁은 더욱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 KEB하나은행이 오는 11일부터 수취인의 휴대폰번호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해외송금·수취가 가능한 ‘1Q Transfer’의 서비스 지역을 총 38개 국가로 확대한다. ‘1Q Transfer’는 송금·수취인의 거래은행, 계좌번호 등을 몰라도 휴대폰번호만으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최신 핀테크형 해외송금서비스다. [사진=KEB하나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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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인터넷 전문은행의 기대 효과와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이 주력하고자 하는 ‘중신용자 대상의 대출서비스’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지 확실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난 7월 27일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문을 연 지 13일 만에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200만을 돌파했다. 체크카드 신청은 141만 장이며 예금 등으로 거둬들인 돈은 9960억원, 대출로 나간 돈은 7700억원이다. 올해 4월 3일 정식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도 100일 만에 계좌 수 40만 개, 예금과 대출은 모두 6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러나 아직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을 확신하기에 이르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신용자의 연체율 관리가 쉽지 않으므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연체율 관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Know-how)가 충분히 쌓일 때까지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정책성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중간 등급의 신용자를 상대로 저금리 대출을 하고 있는 미소금융의 경우도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연체율 관리가 쉽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혁신적인 사업모델 없이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메기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다른 은행과 차별화되는 혁신적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다면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 인터넷 전문은행 사례를 보면 독일 피도르뱅크(Fidor Bank)는 귀금속, 온라인 게임머니, 비트코인 등 기존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던 상품들을 많이 취급한다. 이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모든 가치 수단의 이전을 활성화해 고객 편의를 제고하려는 시도다. 중국 알리바바가 30%의 지분을 보유한 마이뱅크는 빅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소액대출로 영업 8개월 만에 여신 누적금액 460억 위안(약 7조4700억 원)을 달성했다.
최근 IBM은 오늘날 디지털 및 클라우드(Cloud) 환경에서 은행이 갖춰야 할 5가지 필수 역량 중 하나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 환경의 제공’을 제시하기도 했다.
| 지난 6월 한국씨티은행은 공인인증서 없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한국씨티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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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하려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자본확충과 관련된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다만,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을 경우 은행 주식을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은산 분리’ 규제로 인해 창의성과 혁신성을 갖춘 기업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참여할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해외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지배적인 투자자로 금융혁신에 기여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은 라쿠텐은행을 100% 소유하고 있고 포털업체인 야후는 재팬넷은행 주식을 41% 보유하고 있다. 또 중국의 마이뱅크와 위뱅크, 스페인의 얍(Yaap) 등도 정보통신기업이 지배적 투자자로 참여한 인터넷 전문은행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에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50%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하면서 5년마다 재심사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이 계류돼 있다.
아울러 이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과제로 전자금융사고에 대비할 보안장치 마련과 소비자 보호 강화도 제시했다. 그는 대출자산 건전성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출범 초기에는 은행채 발행이 어려운 까닭에 예금 외에는 자금 조달 방안을 찾기 힘들다. 따라서 별도의 증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인 8%에 미달해 영업과 운영에 큰 어려움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