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태선 기자
2005.06.17 23:10:32
정 통일 "김 위원장, IAEA사찰 수용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유효..김일성 주석 유훈"
"우리 정부 중대 제안에 신중 연구해 답주겠다"
[edaily 정태선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체제)안전보장이 된다면 북은 핵무기를 가질 이유가 없다며 핵문제가 해결되면 NPT(핵확산금지조약)에도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17일 6.15공동선언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5시간가량 면담한 한 뒤 귀환한 정 장관은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기자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유효하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하고, "북한은 6자회담을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고 거부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미국이 우리를 업수히 보기 때문에 맞서 보려고 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상대방이 우리를 인정, 존중하려는 뜻이 확보된다면 7월 중에라도 나올 수 있으나 이 문제는 미국과 좀더 협의해 보아야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이에 대해 미국측의 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8.15쯤에 남북이산가족상봉 ▲남북장성급회담 재개 ▲8.15행사 때 비중있는 북측 대표단 파견 등에 대해 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핵문제 해결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구두메시지를 전달하고, 핵과 정치 군사 인도주의 현안에 대해서 토의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체제안전보장은 양자틀보다 다자틀이 더 안정적이고 좋다고 북측에 설명했고, 김 위원장은 "유효성에 대해 일리 있다"며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또 정 장관은 "6자 회담이 재개되면 회담을 거듭할 것이 아니다"며 우리 정부가 구상한 중대 제안을 설명하자, 김 위원장은 "신중히 연구해서 답해주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내주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하겠지만 장성급 군사회담을 재개해 서해지역의 긴장을 해소하겠다"며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자"고 제안하고 특히 "수산회담을 통해 (공동어로작업 등을 통해) 서해긴장을 완화하자"고 제안하자 김위원장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울러 정 장관은 "다음주 15차 장관급 회담에서부터 회담문화를 바꿔보자"며 "말씨름 등 소모적인 회담을 지양하고,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장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부시 미국대통령을 `각하`로 호칭하면서 대화하기 좋은 상대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장관은 "6·10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경칭으로 고쳐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하고 "다시 경칭을 사용한 것은 최고 지도자간 존중과 인정이 중요하다고 전달한 것이며, 부시대통령을 평가해달라"고 요구하자 김위원장이 이 같이 말했다고 전달했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금강산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화상 상봉을 통해서라도 만나게 해달라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매우 흥미있고 흥분되는 제안이며, 좋은 아이디어"라며 "남북이 준비해서 8.15에 첫 화상상봉 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부시대통령을 `각하`라고 할까요"라고 물으면서 "나는 (부시)나쁘게 생각할 근거가 없다"고 밝히면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부시대통령은) 대화하기 좋은 남자며, 대화하면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이츠미 일본수상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전달했다고 김위원장에게 밝혔다고 한다.
그는 "클린턴 때도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우호적으로 대하려고 했다"면서 "협상대상을 존중하는 것이 좋겠고, 이런 생각을 밝혀도 좋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부를 각별히 전하면서 좋은 계절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