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라고 불러"·"가슴 사진 보내"…시그널 출연 프로파일러, 피해자 폭로 나와
by김민정 기자
2022.07.18 10:41:23
현직 프로파일러, 무허가 단체 운영·성폭력 의혹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현직 경찰관이 무허가 민간학술단체를 운영하면서 공인되지 않은 자격증을 발급하고, 여성 회원을 상대로 성범죄까지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부 감찰을 받고 있다. 이 경찰관은 여러 방송에 출연한 프로파일러다.
A모(48) 경위와 사제지간으로 지냈다는 B씨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이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B씨는 A경위와 지난 2019년 12월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됐다고 했다. 당시 A경위는 자신을 대한민국 최고의 최면 전문가이자 프로파일러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A경위는 과거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등과 함께 최면 전문가로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최면 전문가로 등장하기도 했다.
B씨는 “A경위가 여러 시사 프로그램과 방송에 나온 것을 보여주면서 소개를 해서 그분에 대한 신뢰가 갔다. A경위의 권유로 2020년 5월부터 1년 정도 학회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당 학회는 A경위가 소속 기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설립한 ‘한국최면심리학회’다.
그는 “A경위 말로는 학회의 규모가 20~30명 정도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2012년 말부터 지나쳐간 사람들의 규모가 20~30명 정도 되고, 학교 내에서 활동을 하고 교육을 받고 했던 사람들은 5~6명 정도다”면서 “이 학회 자체가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학회다. 운영하고 있는 자격증(임상최면사) 과정 자체도 어디에서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용할 수 없는 자격증이다”고 말했다.
이어 B씨 “모든 사람이 이 자격증이 공인된 자격증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 확인된 바로는 다 거짓이고 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교육비 명목으로도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수령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교육비를 납부하고 나면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서도 (자격증) 발급이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B씨 A 경위가 학회 내에서 ‘사이비교주’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당시 저도 신처럼 느꼈었다. A경위가 어떤 말을 하던 절대로 토를 달거나 반문해서는 안 되는 분위기였고, 교수님이라고 하면서 무조건 복종을 해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는 “A경위 말을 듣지 않으면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거나 윽박지르기도 하고 위력에 의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아무래도 최면 1인자라 그런지 세뇌와 그루밍에 굉장히 능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스라이팅으로는 국가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고 했다 .
B씨는 A경위가 여성 제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선 “피해자를 방으로 불러내서 껴안거나 가슴을 만지려고 하기도 했고, 드라이브를 가자고 불러내 자신의 차에서 손을 계속 잡고 있는다거나 강제로 입맞춤을 한다거나 이런 일들도 있었다”며 “친밀감을 형성해야 한다면서 ‘오빠’라고 부르게 한다거나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하게 강요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경위가 당직 근무를 끝내고 온 날에는 학회에 있는 소파에 누워서 ‘여기 좀 주물러 봐라, 저기 좀 주물러봐라’ 하면서 안마를 시키기도 했다”며 “성추행, 성희롱에 대한 건 워낙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복종해야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거를 성희롱이라고 자각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B씨는 A경위가 보낸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메시지에서 A경위는 “대쉬 좀 해, 바부탱아, 그렇게 어렵냐?”, “바쁠 때 말고 놀러 가자고. 너 모질이었으면 나 널 선택 안 했어”라고 했다.
이에 학회 회원이 “교수님이 많이 키워주시는 거죠”라고 하자, A경위는 “교수가 아니라 오빠인데, 나 그럼 오빠 안 하고 교수 한다, 자꾸 그러면? 너한테 오빠 해, 교수 해”라고 했다. 즉 자신을 교수라고 부르지 말고 오빠라고 부르면서 나한테 대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A경위는 가슴 수술을 받은 회원에게 가슴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A경위가 교육을 한다면서 모텔로 불러냈다는 것에 대해 “사실 학회에서 A 경위가 MT나 워크숍을 가자고 해놓고 학회원들을 모텔로 여러 차례 불렀다”며 “최면 실습을 하겠다는 명목이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제대로 교육이나 실습을 한 적은 없고 막상 모텔에 가면 본인은 술은 거의 안 마시는데 제자들한테는 고문을 하듯이 술을 잔뜩 먹이는 일들만 빈번하게 벌어졌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A경위는 여성 경찰 지망생들 앞에서 ‘여경이 진급하려면 몸 로비 필요하다’ 등의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B씨는 “A경위가 경찰이다 보니 학회원들 중에서 여경 지망 학생들이 많았다. ‘여경들이 진급할 때 남자 상사와 잠자리를 하기 때문에 승진도 쉽게 하고 사실은 경찰 생활도 쉽게 한다’, ‘여경이 되면 선배 여경이 승진할 때쯤 후배 여경한테 자기 상사한테 성상납을 하라고 시킨다’ 등의 말을 하면서 너희가 여경이 되려면 그런 각오는 필요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실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첫 성폭행 시도 당시 피해자가 소주 한두 잔을 먹고서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평소에 피해자가 소주 2병을 먹어도 멀쩡할 만큼 주량이 세다. 어느 순간을 기억을 잃고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정신이 딱 들어보니까 A경위가 몸에 올라타서 성폭행을 시도하고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의 말을 들어보니 그때 버닝썬 피해 당시에 사용됐던 어떤 약물, 흔히 물뽕이라고 하는 것이 피해자들의 특징과 굉장히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그럼 약물을 사용한 게 아니냐 의심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B씨는 “사실 A경위가 평소에 학회원들한테 ‘나이트클럽 같은 데 가지 말아라’, ‘나이트클럽에서 남자들이 술잔에 물뽕을 타서 그걸 먹으면 골로 간다’, ‘너희들 잠 잘 못 자면 말해라. 내가 자살 현장, 사건 현장에서 가져온 졸피뎀, 수면제가 많이 있으니까 내가 가져다줄 수 있다’ 등 약물과 관련된 말들을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현재 더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B씨는 이같은 폭로를 하게 된 것에 대해 “A경위가 지금 최면 학회 외에 새로운 또 학회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이번엔 거짓말 탐지기 학회라고 전해들었다”며 “더 이상 우리 같은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B씨는 학회 피해자들 가운데 한 명이 연락이 안되고 있다면서 “그분은 최면에 되게 열성적이고 되게 열심히 하시는 활동을 하시는 분이었다”며 “박사학위 논문을 다 써놓고 심사만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학회를 갑자기 그만두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고 사라졌다”고 했다.
B씨는 해당 피해자가 사라진 건 2020년도 5월 초께라면서 “A경위가 굉장히 티가 나게 편애를 했었다. 그런 점을 고려해 볼 때그 그분도 어떤 피해를 겪지 않았을까 걱정이된다”며 “저희도 계속 연락을 취해보려고 했는데 가족분들도 연락이 안 된 지 3년 이상 됐다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B씨는 “가족들과 접촉을 해서 현재 실종 신고를 접수할 예정이다”며 “이분이 피해가 없는지 확인을 해야 되기 때문에 저희도 경찰에도 제보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경위는 경찰에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경위가 관련 의혹에 대해 소명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A경위는 연차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변호사 선임 후 피해 사실을 정리해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만큼, 고소장이 접수되는 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