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 "기숙사, 미래 인적네트워크 형성의 시발점"

by유수정 기자
2016.10.26 10:46:03

[이데일리 e뉴스 유수정 기자]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기숙사는 주로 통학이 불편한 학생을 위해 제공되는 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특별한 야간 프로그램이나 사감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반면, 기숙사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는 서구에서 학교 기숙사는 정규 교과 후 활동이 이뤄지는 중요한 ‘커뮤니티’(Community)다. 예를 들어 자기만의 학습과 명상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 별도로 마련된다거나, 룸메이트와 기숙사 전체 선후배와 친분을 맺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 따라서 이들에게 학창시절의 기숙사는 미래 인적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형성하기 시작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에서도 미국사립 기숙학교 수준의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에 위치한 KIS(한국국제학교, Korea International School)가 바로 그 곳이다.

KIS는 미국 보딩 스쿨 연합회(The Association of Boarding Schools)의 기준에 따라 시설과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KIS는 교과과정뿐 아니라 기숙사생활을 중요시하는 미국 명문 기숙사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KIS는 WASC(미국 서부 교육연합회) 통해 기숙사 운영 및 관리부분에서 최고등급의 평가를 받았다. 이는 미국사립 기숙학교와 비교했을 때도 최고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 학생의 자율과 책임 강조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켜 주세요.” 아마도 기숙사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의 가장 많은 요구사항일 것이다. 학교든 집이든 장소를 불문하고 휴대폰과 컴퓨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아이의 모습을 잘 아는 학부모들은 아이의 무분별한 IT 기기 사용을 걱정한다.

KIS 관계자는 “IT 기기를 이용하여 숙제를 할 경우도 있어 무조건 사용을 막을 수만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적절하게 사용하고 활용할 줄 아는 법을 아는 것도 교육”이라고 말한다.

대신 ‘자율은 책임을 수반한다’는 원칙 아래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못할 경우에는 제재가 따른다는 사실을 인지시킴으로써, 학생 스스로가 기숙사에서 본인의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게 한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이러한 규칙을 쉽게 어길 것이라고 여기지만 몇 년간 시행하며 파악한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은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바로 자율성이 중요한 이유다.

KIS 기숙사에서는 허용된 시간이 아닌 경우엔 휴대폰과 컴퓨터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 대신 기숙사 사감들은 친구나 사감과 충분히 대화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권유한다. 이는 자연스레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만 열중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냈다.



◇ ‘학생 안전’이 가장 중요

기숙사에 자녀를 맡긴 학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안전이다. 학생의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걱정은 더 할 수밖에 없다.

KIS는 기숙사에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도록 자동도어시스템과 CCTV 등이 설치돼 있다. 학생들을 관리하는 인원으로는 1명의 외국인 사감과 2명의 한국인 보조사감이 있다. 이들은 20명 내외의 학생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1명당 관리하는 학생의 수는 7~8명 꼴이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아 학생 중심의 세심한 배려와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기숙사 내에는 카운슬러와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을 정도로 학생들의 안전관리에 24시간 신경 쓴다. 별도의 행정공간을 마련해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학교 측의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화재대피훈련과 안전교육을 매달 진행하여 여러 형태의 재난과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기숙사를 다양한 학습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기숙사 친구들과 주말에 함께 등반하고 스쿠버 다이빙을 했던 것이었어요.” KIS의 한 졸업생은 기숙사 생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KIS는 학생들의 주말활동을 적극지원하고, 실제 대학생활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도록 격려한다. 농촌의 작은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이나 도서관에서의 영어책 읽어주기 프로젝트 등은 몇 년째 이어오는 주말 봉사활동이기도 하다.

골프, 승마, 스쿠버다이빙, 피아노, 첼로, 산악등반, 펜싱, 요리, 미술, 봉사활동 등 KIS의 주말활동 프로그램은 60여 가지에 이른다. 이 중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사감의 주도 하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8주 코스를 구성한다.

또한 사감들 대부분이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원에 재학 중이기에, 학생들의 학업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준다. 진학에 대한 조언과 관련전공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미대 입시를 준비했던 한 학생의 경우, 기숙사 프로그램을 통해 사감과 함께 대회에 입상하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KIS에 따르면, KIS 고등학생들의 80% 이상은 집 보다는 기숙사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소중한 추억과 기억이 남는 곳을 물어보면 흔히 기숙사라고 대답할 정도로 기숙사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KIS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통해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숙사는 학생 자기주도의 학습과 시간관리, 책임감 배양, 그리고 기숙사 프로그램을 통한 다양한 배움의 기회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기숙사에서의 경험들이 학생들의 대학진학은 물론 미래 사회생활에 큰 도움을 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