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1일만에 순매수 궤도서 `이탈`..이유는?

by윤도진 기자
2010.04.09 16:33:24

(종합)정규장서 343억 순매도..지난달 11일 이후 한달여만

[이데일리 윤도진 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현·선물을 동시에 순매도하며 코스피 지수가 다시 1720대로 밀려났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정규장 마감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43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시간외 장에서 순매도 규모를 줄이긴 했지만 오후 4시까지 2억원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수 선물시장에서도 6589계약 순매도하며 시장 베이시스를 악화시켰다. 오후 한때 외국인 선물 매도는 8000계약을 넘어서기도 했고, 이 탓에 프로그램을 통한 순매도 물량이 2000억원을 넘겨 지수 하락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날 외국인은 장 초반까지 매수 우위를 유지했지만 장 중반으로 들어서며 `팔자` 쪽으로 돌아서 장을 마쳤다. 기관도 3110억원 어치 매도하며 그 동안의 매도세를 이어갔다. 개인만 3856억원 순매수하며 물량을 소화했다.(정규장 마감 기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크진 않지만 그동안 펀드 환매 등에 따른 투신권 중심의 기관 매도 물량을 받아주던 게 외국인이었던 만큼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9.31포인트, 0.54% 내린 1724.47을 기록하며 7일만에 하락했다.



외국인 매수 행진을 멈추게 한 것은 익숙한 악재였다. 간밤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 된 것. 불안감이 다시 부각되면서 유로가 약세를 나타낸 반면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리스 악재는 외국인 매수 행진이 지속돼 온 한 달여간 꾸준히 나왔던 재료였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지난 주 이후 수일째 연고점을 경신해 단기 고점 부담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시장에는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같은 그리스 재정악화 이슈라도 지수가 1650 수준에 있을때와는 시장이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를 수 있다"며 "지금처럼 코스피가 1730까지 오른 상황이라면 이익 실현이나 물량 처분 욕구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랠리를 이끈 주도주인 IT, 자동차업종 주식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평가도 외국인 매수를 주춤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혔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주 초반 사상 최고가인 87만5000원을 기록한 이후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현재 85만원대까지 하락했다. 현대차(005380)도 주 초 13만2500원까지 오른 뒤 현재는 12만6500원까지 밀린 상황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외국인이 IT, 자동차 관련 종목을 꾸준히 편입시키다 보니 국내 시장에서 매수가 늘어난 부분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들 종목 가격이 메리트 있는 구간을 벗어나면서 편입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임박했다는 추측도 외국인 수급에 변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글로벌 시장의 긴축이라는 점과 상대적으로 원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단기 부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원화 강세 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고 되팔 때 기대할 수 있는 환차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