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투자 해볼까)①`그림의 떡`..이젠 먹는다
by권소현 기자
2008.04.24 14:57:50
상품가격 고공 비행..수급전망 '아직 밝다'
적은 금액으로 손쉽게 투자 가능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금융시장이 글로벌화되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상도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실물 금융상품에서 선물, 옵션, 통화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최근 유가와 금값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비행하고 있고, `애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곡물가격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상품(Commodity)이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는 해외 상품선물의 종류와 특징, 투자방법, 투자시 유의사항 등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8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한 투자설명회. 정장 차림의 직장인부터 삼삼오오 무리지어 온 아줌마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까지 참석자들 면면도 다양하다.
여느 주식투자 설명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날 설명회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해외선물에 관한 설명회였다.
"요즘 유가도 뛰고 금값도 그야말로 금값이라잖아. 그 뿐이야? 옥수수랑 쌀값도 엄청 올랐다면서? 그거 투자할 수 있는 방법 가르쳐준다고 해서 왔어"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 노인은 최근 급등한 상품(commodity)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다가, 선물사의 투자설명회를 소개받았다.
작년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이 상품시장으로 몰리면서 이처럼 상품시장을 기웃거리는 일반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선물사들의 해외선물 투자설명회도 투자자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작년초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대에 머물던 유가는 현재 100달러를 훌쩍 넘어서 11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1년만에 두배 이상 오른 것이다.
금 선물 역시 작년초 온스당 600달러대였지만, 올초 1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옥수수와 대두는 작년초 대비 54%, 81% 가량 뛰었고 최근들어 유난히 폭등세를 보인 쌀 가격은 올들어서만 71% 상승했다.
이처럼 다양한 상품들이 연일 `사상 최고치`라는 수식어를 달고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자 상품투자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상품 선물은 금선물이 유일해 다양한 투자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눈을 해외로 돌려 런던, 시카고, 뉴욕, 두바이 등지의 해외 선물거래소에 상장된 해외 상품선물 투자에 직접 나서고 있는 것.
한국선물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해 에너지 해외선물 거래량은 261% 늘었고 농산물과 비철금속 거래량도 69%, 35% 증가했다. 귀금속 거래량은 9% 줄었지만 올해 1월 거래량은 작년 월평균에 비해 48% 늘었다.
해외 상품 선물의 가장 큰 장점은 현물 보유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 현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금 실물을 사서 보관해야 하는데, 이에 수반되는 보유비용을 감안할 경우 현실적으로 개인이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상품 선물은 계약당 정해진 증거금만 납부하면 주문할 수 있다. 대부분 실물인수도라는 점 때문에 현물과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는데다, 가격의 5~10%에 해당되는 자금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하다. 국내 금융선물과 비교해도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어 레버리지 효과가 뛰어나다.
현대선물 장중식 팀장은 "주가지수 선물에 투자하려면 계좌개설에 1500만원의 예탁증거금이 필요하지만 해외 상품선물의 경우 예탁증거금은 필요없고 계약당 필요한 증거금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다"며 "레버리지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밖에 해외 선물은 전세계 투자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유동성이나 시장 규모면에서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삼성선물 박경숙 주임은 "시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특정 세력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특히 통계지표 등에 따라 반응하는 정직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상품선물이 금융선물과는 달리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기 때문에 현재 재고수준이나 앞으로의 생산전망과 같은 지표가 바로 반영된다는 것. 이는 곧 수급을 예측할 수 있다면 가격 전망도 수월하다는 의미다.
원유의 경우 미국 에너지부와 석유협회가 매주 수요일 발표하는 주간 원유재고 동향 보고서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라 움직이며, 곡물 가격은 미국 농무부(USDA)의 재배면적 전망보고서 등에 영향을 받는다.
아울러 금융선물은 최근월물만 거래되지만 상품선물은 원월물까지 거래된다는 점에서 투자폭이 넓다.
삼성선물 유태원 과장은 "원유선물을 예로 들면 정유사, 항공사 등 실수요 업체들이 원월물 거래까지 한다"며 "이 때문에 최근월물 거래만 활발한 금융선물에 비해 상품선물은 한번 상승추세를 타면 쭉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을 사고팔듯이 국내 선물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통해 손쉽게 거래할 수 있고, 최대 23시간 동안 거래할 수 있다는 점도 해외 상품선물의 매력으로 꼽힌다.
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해외 상품선물 가운데 일부 급락하는 종목이 나오면서 상품시장이 꼭지에 다달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급 구조상 상당기간 상품시장이 활황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중국와 인도 등 신흥 이머징 국가들이 급성장하면서 원자재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난 반면 공급은 미처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격이 오를수록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실수요 업체들은 추가 매수에 나서고 있고, 투자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투자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다.
현대선물 장 팀장은 "상품시장에 투기세력도 많지만 실수요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수급을 감안할 때 강세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선물 유태원 과장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상품수요를 부르고 있다"며 금과 곡물 가격 전망을 밝게 봤다.
금의 경우 중국과 인도 등 금 선호도가 높은 국가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며 과거 보석이나 치과치료 용도에 더해 최근에는 PDP나 휴대폰 등 산업용 수요도 더해지고 있어 금 가격 상승여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곡물의 경우 기후온난화 등의 기상이변으로 유럽과 호주지역 곡물 작황이 부진한데다 바이오 연료용 곡물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등이 성장하면서 식생활 패턴이 곡류에서 육류로 전환, 사료 곡물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