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10.11 21:23:24
동아林場함번웅 대표
임업 30년… 3000만원 투자해 1000억으로
나무 수십종 섞어 심는 ‘복합 경영’이 비결
[조선일보 제공] 경산 시내에서 자동차로 30여분. 용성면 송림마을에서 산자락을 따라 10여리를 가면 ‘후롱골’ 계곡이 나온다. 골을 따라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지는 지형으로 유명한 곳이다. 저수지를 끼고 산중턱까지 이어지는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더 올라가니 비닐로 천장을 씌운 허름한 산채가 있다. 인기척에 등산객 차림의 중년 남자가 나와 손님을 맞는다. “밥은 묵었소?” 투박한 말투나 소박한 차림이 영락없이 산을 닮았다. 이곳에서 30년째 임업(林業) 외길을 걸어 온 함번웅(咸繁雄·64) 동아임장(東亞林場) 대표다.
항상 나무들 사이에 묻혀 사는 함 대표도 일년 중 단 하루는 사람들 숲에 둘러싸여 산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산의 날’(10월18일)이 그날이다. 이날이면 ‘한국 최고의 임업 경영인’ ‘산중 재벌(山中財閥)’이라며 함 대표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다. 이 때문에 함 대표는 요즘 1주일 후 찾아올 손님맞이 준비에 바쁘다. 각종 산나물을 채취해 만든 산채 음식이 그가 손님들에게 내놓는 특별메뉴이다.
1977년 후롱골 주변 30만평을 1평당 100원씩에 매입해 세운 동아임장의 자산 가치는 30년이 지난 지금 최소 1000억원이 넘는다. 초기 투자액(3000만원)의 3300배로 불어난 셈이다. 이것도 임장 내에 심어져 있는 10만 그루의 나무 값만 얼추 따져서다. 평당 100원이던 땅값도 수십 배 이상 올랐다. 땅값까지 따지면 자산가치는 또 얼마나 불어날지 자신도 정확히 계산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본래 건설업을 했다는 그는 “폭등하는 목재값 때문에 임업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 본업이 됐다”며 “계속 건설업을 했다면 진작에 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결이 뭘까. 함 대표는 산을 경영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이른바 ‘산림복합경영’이다. 주로 한두 가지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는 여느 독림가(篤林家)와 달리, 그는 총 130여 가지의 다양한 나무를 심고 있다. 그는 “나도 처음에는 잣나무를 주로 심었는데, 이게 최소 20년은 지나야 돈이 되겠더라”면서, “하루빨리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산수유, 오가피, 참죽 등 2~5년이면 수익을 내는 나무도 함께 심었다”고 말했다.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으면서도 구역별로 따로 심지 않았다. 키가 큰 나무와 작은 나무를 섞어서 심는다. 같은 공간에 더 촘촘하게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동시에, 서로 다른 나무들이 생태학적 조화를 이뤄 더 잘 자라도록 하는 지혜였다. 나무 밑에는 쇠비름, 질경이, 고사리 등 80여종의 특용 작물을 골고루 심었다. 다양한 소출을 거두면서 남들은 10~20년씩 돈을 묻어둬야 한다는 임장 사업의 손익분기점이 혁신적으로 앞당겨졌다.
요즘 동아임장에서는 갖가지 ‘기능성 나무’의 약효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개오동 나무는 간암이나 신부전증에 좋고,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 수액은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시키며, 딱총나무는 뼈를 붙게 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함 대표는 “세계적인 의학연구소와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러한 생약 성분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누가 더 많은 신물질 특허를 갖느냐에 따라 기업은 물론 나라의 흥망도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마다 “산을 산으로 보지 말고, 돈으로 보라”고 당부한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는 산이야 말로 미래의 가장 유망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함 대표는 “10년만 산에 꾸준히 투자를 하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여윳돈이 있으면 주택이나 주식에 묻어두지 말고 산에 투자를 하라”고 조언했다.
경산=정철환기자 ploma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