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의 애환, 뮤지컬로 그립니다"

by장병호 기자
2022.11.23 11:37:01

서울시뮤지컬단 ''알로하, 나의 엄마들'' 22일 개막
''유진과 유진'' 이금이 작가 동명소설 뮤지컬로
일제강점기 하와이로 떠난 ''사진신부'' 이야기
여성들의 연대 통해 희망·용기 메시지 전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영화 ‘미나리’, 드라마 ‘파친코’ 등으로 주목받은 한국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관객과 만난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서울시뮤지컬단 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서울시뮤지컬단 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어린이·청소년 문학 작품을 주로 써온 이금이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1900년대 초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노동자로 떠난 조선인 남성들의 사진을 보고 중매결혼을 한 ‘사진신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앞서 이금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유진과 유진’이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22일 개막 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모든 어머니의 이야기로 이주 한국인으로서 겪은 여러 역경을 이겨낸 여성들의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밝혔다.

작품은 가난한 의병의 딸 버들, 결혼 두 달 만에 과부가 된 홍주, 천한 무당의 손녀 송화 등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부푼 기대를 안고 하와이에 도착한 이들은 기대와 달리 고난 속에서 힘든 나날을 보낸다. 타국에서의 핍박과 착취라는 고통에도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세 여성을 통해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뮤지컬은 원작의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원작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각색을 맡은 오미영 작가는 “원작 소설은 버들이 중심이었다면 뮤지컬에서는 세 여성의 연대에 초점을 맞췄다”며 “소설에선 에필로그에 등장한 버들의 딸 펄을 작품의 화자로 뒀고, 송화와 엮이는 준혁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나오 작곡가는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인 만큼 음악의 톤 역시 고전적인 음악과 컨템포러리한 음악을 섞어 작품의 감정선과 섬세하게 연결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서울시뮤지컬단 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연출은 뮤지컬 ‘쓰릴 미’ ‘아랑가’ 등에 참여한 연출가 이대웅 연출이 맡았다. 이 연출은 “우리 작품의 미덕은 ‘빌드 업’”이라며 “1막이 세 소녀가 조선을 떠나 일본 고베를 거쳐 포와(하와이의 옛 명칭)에 도착해 흩어졌다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쌓아간다면, 2막에선 이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모여 인생의 큰 의미를 깨닫게 하는 순간을 보여준다”고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이번 작품에선 실력파 뮤지컬배우들과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이 호흡을 맞춘다. 버들 역에 배우 홍지희·단원 이혜란, 홍주 역에 배우 이수정·단원 정은영, 송화 역에 배우 주다온·단원 임지영이 캐스팅됐다. 버들의 남편이자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을 보태는 남자 태완 역은 배우 박영수·단원 허도영, 뮤지컬을 위해 새롭게 추가한 인물인 준혁 역은 배우 정동화·단원 김범준이 연기한다.

김 단장은 “뮤지컬이 지난해 공연법 개정으로 법적으로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인정받게 된 만큼 한국형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는 국공립 단체의 역할도 더 커졌다”며 “대작 뮤지컬이 대거 올라가는 연말, 기존 뮤지컬과 달리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우리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창작뮤지컬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다음달 11일까지 공연한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서울시뮤지컬단 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