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유럽 車시장 불황.. 업계 대응책 고심

by김자영 기자
2013.04.18 14:21:48

1분기 유럽 승용차 309만대 판매.. 전년비 9.7%↓
현대·기아차, 무리한 확장 자제.. 브랜드 경쟁력 강화 초점

[이데일리 김형욱 김자영 기자] 유럽 자동차 시장이 끝없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업계는 대응 마련에 나섰지만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서지 않는한 한계가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 1분기 유럽 시장의 승용차 판매는 309만6266대로 전년동기대비 9.7% 줄었다. 4월 이후에도 판매가 반전할 만한 계기가 없어 유럽 자동차 시장은 올해로 6년째 감소세를 보일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업체별로는 업계 1위 폭스바겐그룹을 비롯해 PSA(푸조·시트로엥), 르노, GM, 포드, 피아트 등 대부분 브랜드가 마이너스 성장했다. 현지 점유율 2% 이상 기업 중 올들어 성장세를 보인 회사는 벤츠 1곳 뿐이며 그나마도 0.2% 성장에 그쳤다. 업계 5위 포드는 올들어 20.1%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별로도 7.4% 성장세를 보인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 주요국이 10%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유럽은 오랜 기간 미국과 함께 양대 자동차 시장으로 군림해 왔으나 지난 2007년 이후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며 지난해 1253만대(승용차 기준)까지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중국은 연 1800만대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으며 2008년 이래 불황을 겪던 미국도 지난해 1450만대로 10% 성장세로 전환한 것과 대조된다.

당초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RI)는 올 유럽 승용차 시장을 전년대비 1.0% 소폭 감소한 1244만대로 예상했으나 이 추세라면 1200만대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유럽 의회는 남유렵의 대표적인 조세피난국인 키프로스의 구제금융을 신청해 통과돼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았으나 ‘예금에 대한 과세’ 논란을 남기며 여전히 불안감을 남겼다. 키프로스는 유럽 내에서 그리스, 아일랜드 등에 이은 5번째 구제금융 신청 국가다.



유럽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자 현지 자동차 회사들도 자구안 마련에 분주해졌다. 르노그룹 노사는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생산량은 늘리는 데 합의했다. 전통적으로 노조의 입김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이례적인 합의내용이다. 현 위기를 노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폭스바겐 역시 유럽 대신 신흥시장인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중국 내 생산량을 올해 260만대에서 내년 385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GM은 유럽 자회사인 오펠 달래기에 나섰다. 오펠은 앞서 오는 2014년까지 2개 공장을 폐쇄하는 등 대대적인 감축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대신 최근 오는 2016년까지 40억유로(약 5조9000억원)를 투입해 신차개발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3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차 i20 월드랠리카. 현대차는 내년부터 i20을 앞세워 유럽 인기 자동차 경주대회 WRC에 참가할 예정이다. 현대차 제공
지난 수년간 경쟁사의 부진 덕을 보던 현대·기아차도 올들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만큼 대책에 고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의 1~3월 판매량은 19만2444대로 1.3% 줄었다. 그나마 올 들어서도 시장점유율이 6%대를 유지했다.

현대·기아차는 당분간 무리한 판매량 확대보다는 현지 마케팅 강화로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유럽 인기 자동차 경주대회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참가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 한해 유럽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쟁사들도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해 가고 있다”며 “무리한 시장 확대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강화전략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