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의 건설 인수戰 약점은)②현대그룹

by김세형 기자
2010.09.30 14:39:04

부실책임에 부족한 자금력 논란
건설 보유 상선 지분 둘러싼 진정성 의혹

마켓 인 | 이 기사는 09월 30일 14시 09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현대그룹의 경우 집중적으로 견제당하고 있는 자금력과 함께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게 했다는 부실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또 현대건설(000720)이 보유한 현대상선(011200) 지분이 그룹의 지배구조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건설 인수에 진정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의심도 없애야 한다.



현대그룹의 경우 부실책임이라는 원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현대건설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갈 때 현대그룹에서 경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00년 3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경질이 불러온 그룹 경영권 다툼과 현대투신의 유동성 위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현대건설은 그해 4차례에 걸쳐 자구계획을 발표했으나 실패하고 같은 해 10월 1차 부도가 나는 지경으로 갔고 2001년 5월 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으로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에 인수될 경우 과거에 회사를 어렵게 만든 구사주에게 다시 돌아가게 되는 모양새가 된다. 정상화시켜놓은 회사가 다시 부실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원죄론은 이미 지난 2006년에도 현대건설 M&A를 둘러싼 뜨거운 감자이기도 했다. 현정은 회장이 새로 그룹 회장에 취임했고, 현대건설 정상화 과정에서 현대그룹측이 적극 협조했다고는 하나 부실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중 하나가 자금력이다. 현대그룹의 내부자금은 1조5000억원 가량으로 3조원대 중반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2조원 가까운 돈을 끌어와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에 현재 재무적투자자(FI)들을 모집하고 있고,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인수 경쟁이 격화하면서 추가적으로 실탄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라면 현대차그룹에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채권단이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은 금호그룹의 예를 들어 무리한 외부자금 조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열위 요인이다. 그룹측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나 현대증권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것 역시 이같은 배경에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진정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승리하기를 원한다면 결정적 단계에 가서는 증권을 버리는 결단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부족한 자금력에도 현대그룹이 강력한 건설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을 두고 현대그룹이 건설이 보유한 8%의 현대상선 지분만 받는다면 인수전에서 물러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소위 건설 인수는 협상용일 수도 있다는 것.

현대그룹은 현재 현대엘리베이(017800)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옛 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며, 현대상선이 계열사 대부분을 거느리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 지분을 금융권 우호지분을 포함해 총 40.24%를 확보하고 있고, 현대중공업(009540), KCC(002380) 등 범현대가는 30.51%의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넘어가고, 금융권마저 등을 돌리면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은 위태로워지게 된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현대건설 인수를 강력 천명할 수 밖에 없고, 막판에 가서 현대상선 지분을 놓고 현대차그룹 진영과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통성만 내세우면서 무리하게 인수를 시도할 경우 현대그룹 자체를 더 큰 시련에 빠뜨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