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기업강국)(32)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을 향해
by김국헌 기자
2009.03.31 17:01:17
창업회장, 국내 1위 종합물류그룹 키워내
조양호 회장, 세계적인 물류그룹으로 도약 꿈꿔
`한우물+인재중심경영`..다른 듯 닮은 리더십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창업자에게 경영은 천부적으로 타고났다는 점에서 예술이다. 그러나 2세에게 경영은 성공확률을 높여나간다는 점에서 과학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민족의 전진` 한진(韓進)그룹은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물류, 항공, 해운 등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그룹으로 성장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은 수송사업에만 집중해 항공, 해운 등 각 분야의 1위 기업을 키워냈다.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선친 타계 이듬해인 지난 2003년에 취임해, 그룹 제2의 도약기를 선언하고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부자의 리더십은 다른 듯 닮았다.
| ▲ 고(故) 정석(靜石)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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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직 오토바이를 생산하지 못했던 시절 조중훈 창업회장은 수행원 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 구석 구석을 누볐다.
낮에 운항하는 항공기 특성상 대한항공 정비사들은 밤늦게 항공기를 정비한다. 정비사들이 정신 없이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으면 조중훈 선대 회장은 뒤에서 슬쩍 들여다보곤 했다.
“무슨 일이냐? (직원들이 현장 상황을 설명하면) 수고해라.”
길게 묻지도 않고 현장에서 땀 흘리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돌아가는 데서 직원들은 큰 존재감을 느꼈다. 불시 시찰은 기내에서도 이어졌다. 잠든 척 하면서 실눈으로 승무원들의 서비스를 꼼꼼히 챙겼다.
지난 1945년 트럭 한대로 인천에서 한진상사를 세웠고, 이를 종합물류그룹으로 키워낸 저력은 혈혈단신으로 현장을 누빈 조중훈 회장의 기업정신에 있었다.
현장을 잘 알았기에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현장에 충실했기에 큰 고비 없이 종합물류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육상 운송에서 시작해 수송이란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하늘길(1969년 대한항공(003490) 창립)과 바닷길(1977년 한진해운(000700) 설립)로 저변을 넓혀 나갔지만 수송이란 범주에서 벗어난 일은 없었다.
국가의 성장과 함께 기업을 키워나간 조중훈 창업회장은 수송보국(輸送報國) 정신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대한항공공사(1969년), 대한선주(1987년), 조선공사(1989년) 등 부실기업을 인수해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을 통해 프랑스 독일 등 해외에서 민간 외교 사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중훈 창업회장의 그늘에 가려지기도 했고, 언론과 접점이 적었던 탓에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은 비교적 가려져 있다.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은 선친과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선친과 조화를 이루는 듯 하면서도 같지 않다.
그룹 태동기에 창업회장이 현장을 누비며 일선을 챙겼다면, 조양호 회장은 그룹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세계 10위 항공사, 세계 3위 해운사, 육상운송 부문 국내 1위 등을 종합물류기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 회장은 30년간 경영수업을 받은 만큼 실무를 꿰뚫고 있다. 국제적 인맥도 화려해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우기 위한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조 회장은 지난 2000년 6월 국제항공동맹체 스카이팀 결성을 주도해, 대한항공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초석을 닦았다.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 멕시코 등 4개 항공사에서 출발한 스카이팀은 회원사 11개, 준회원사 3개 규모로 성장했다.
일견 점잖고 신중한 성품으로 보이지만, 큰 판을 읽으면서도 승부욕 있는 경영자란 평가다. 택배종가(宅配宗家) ㈜한진이 지난 1990년대 3위로 밀린 데 이어 지난 2004년 CJ GLS에 추월당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직접 한진(002320) 담당 임원들에게 책임을 묻고 현장 챙기기에 나섰다.
반면에 수송산업과 연관되지 않은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는단 의지는 선친과 같다. 지난 2007년 4월 항공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S-Oil(010950) 지분 27%를 인수해 실익을 챙겼다.
지난 2008년에는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경쟁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내줬다. 올해에는 국내 유일한 항공기 완제품 제작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 ▲ 지난 3월2일 대한항공 40주년 기념식에서 한진가(家) 2세와 3세가 대한항공 기내식의 상징인 비빔밥을 함께 비볐다.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 네 번째)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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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이 선친과 닮은 점은 또 하나 있다.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같다.
인하대학교의 디지털 도서관인 정석학술정보관 1층 로비 벽면에는 춘추시대 제나라 사상가 관중의 저서 <관자>에 나오는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樹人)`이란 글귀가 있다.
1년 계획에 곡식을 심는 것 만한 것이 없고, 10년 계획에 나무를 심는 것 만한 것이 없으며, 평생의 계획에 사람을 심는 것 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기업은 인간`이라고 믿었던 조중훈 창업회장은 기업가로서 사회에 환원하는 길을 교육이라고 여겼다. 한진그룹은 현재 인하학원, 정석학원, 21세기한국연구재단 등을 운영하고 있고 그룹 계열사 교육시스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인재를 키우는 한진그룹의 전통은 조중훈 창업회장에서 조양호 회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중훈 창업회장은 암 투병 중인 직원을 대한항공 항공기로 미국에 보내 치료시킨 일로 유명하다. 조양호 회장도 전통을 이어받아 중병에 걸린 직원을 항공기로 미국 의료진에게 보내곤 했다.
특히 대한항공의 사내교육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도 선친 시절부터 자리잡은 인재 양성 신념 덕분이다. 전문직종이 많은 대한항공 내에서 기장, 정비사, 승무원 등 각종 전문기술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조양호 회장은 교육시스템 관리에 공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