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독주막자…디즈니-폭스-워너, 스포츠중계 공동플랫폼 만든다
by박종화 기자
2024.02.07 11:02:25
올가을 스트리밍 플랫폼 론칭…NFL·NBA 등 중계
'스포츠 중계' 진출 OTT 견제…치솟는 중계권료 분담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의 미디어 공룡인 디즈니와 폭스·워너브러더스가 함께 손잡고 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든다. 스포츠 중계료가 치솟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떠나는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서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디즈니와 폭스·워너브러더스는 올가을 론칭을 목표로 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을 공동 설립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플랫폼에선 미국 내셔널풋볼리그(NFL)·전미농구협회(NBA)·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월드컵 등 각사가 중계권을 가진 여러 스포츠 경기를 스트리밍할 예정이다. 세 회사가 가진 중계권을 합치면 미국 스포츠 경기의 55%에 달한다.
각사는 새 스트리밍 플랫폼을 텔레비전 채널이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패키지로 판매할 계획이다. 구독료는 100달러(약 13만원)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새 스트리밍 플랫폼의 지분은 세 회사가 3분의 1씩 나눠 가진다.
라클란 머독 폭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린 놀라운 스포츠 콘텐츠를 한데 모아 이 서비스가 전통적인 번들(묶음) 상품 밖에 있는 열정적인 (스포츠)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 공룡들이 연합군을 구축한 건 그간 텔레비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스포츠 채널에서도 코드커팅(유료방송을 해지하고 OTT로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유료방송 시청자는 1억명에서 5500만명으로 줄었다. 최근엔 넷플릭스가 50억달러(약 6조 6000억원)에 프로레슬링 쇼인 WWE RAW의 10년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등 OTT도 스포츠 등 라이브 콘텐츠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NBC유니버설의 OTT인 피콕도 1억달러(약 1300억원) 넘는 돈을 내고 NFL 플레이오프 게임 중계권을 따냈다.
OTT까지 스포츠 중계에 뛰어들면서 중계권 가격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는 점도 디즈니와 폭스·워너브라더스가 뭉친 배경으로 꼽힌다. NBA는 10년 중계권 가격으로 780억달러(약 100조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미 럼리 서드브리지 애널리스트는 “힘을 합치면 점점 비싸지는 스포츠 중계권 부담을 덜고 더 많은 시청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플랫폼 출범을 계기로 미디어 공룡들의 변신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의 경우 ESPN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지분 일부 매각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