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사기당하고 두딸 살해한 비정한 여성 '징역 12년'
by전재욱 기자
2022.11.25 15:48:30
4억원 사기맞고 비관해 두 딸 살해하고 자해했지만 실패
학부모로 만난 50대 남성 꾐에 넘어가 피해
법원 "전 재산잃었지만 피해자 인생을 박탈한 죄 무거워"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전 재산을 사기당하고 비관해 두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다 실패한 여성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 김혜선)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최근 50대 남성 B씨에게 4억 원 상당의 투자 사기를 당하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두 사람은 자녀와 같은 학교 학부모로 만나 수십 년을 알고 지낸 관계였다.
B씨는 금융권에서 대출업무를 맡은 경력을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A씨를 포함해 10여 명이 B씨의 사기 행각에 걸려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B씨와 오랜 기간 알아온 지인이었다.
피해자들의 피해액은 총 150억 원이었다. 부동산과 무기명 채권, 기업 어음에 투자하라는 B씨의 꾐에 넘어간 결과였다. B씨는 매달 소액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투자금을 키워 종적을 감춘 것으로 조사됐다. 덜미가 잡힌 B씨는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4억 원을 투자해 피해를 입었다.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더는 두 딸을 키우기 어려우리라고 비관하고서 지난 3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남편에게 사기 피해를 신고하겠다고 하고서 두 딸과 함께 집을 나서 전남 담양군 모처에서 가서 두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해했다. 두 딸은 숨졌으나 자신은 치료를 받은 끝에 회복했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던 딸들을 더는 책임지기 어렵다고 여겨 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피해자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박탈해 죄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남편이자 피해자들의 아버지, 친척이 선처를 탄원하는 등 가족 유대 관계가 분명한 점과 살인을 미리 계획한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