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개성공단 토지사용료 합의…13개월만에 '절충안' 도출

by장영은 기자
2015.12.24 11:30:10

13개월만에 토지사용료 합의문에 서명…연내 타결 성공
생산·상업활동 하는 토지에만 1㎡당 0.64달러 부과…분양가의 1.56% 수준
4년마다 재협상·인상률은 20%로 제한…"남북 합의로 기준 마련"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남북은 24일 개성공단 우리측 기업이 올해부터 북측에 내야 하는 개성공단 토지사용료에 대한 합의안을 타결했다. 지난해 11월 협상을 시작한 이래 13개월 만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토지사용료 부과 대상과 사용료율에 등 토지사용료 부과기준에 대해 최종 합의하고 이날 오전 양측 대표가 만나 합의문에 서명했다.

지난 2004년 4월 개성공단 사업 공동시행자인 LH공사와 현대아산은 토지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기업들에 토지를 3.3㎡당 14만9000원에 분양했다.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 15조에 따르면 개성공단 임대차 계약을 맺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다음해부터 토지사용료가 발생한다. 따라서 입주기업은 올해부터 토지사용료를 북측에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남북은 지난해 11월부터 개성공단 토지 사용료를 정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했으며 13개월만인 이날 최종 합의문을 도출함으로써 양측 모두 해를 넘기지 않는 소정의 성과를 거뒀다.

우선 토지사용료를 부과하는 범위는 개성공단에 현재 기업이 입주해 생산·상업활동을 하고 있는 토지로 한정했다. 개발업자의 토지, 미사용중인 토지, 공공용 성격의 토지 등에 대해서는 토지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북측은 개성공단 1단계 330만㎡(100만평)에 대해 모두 토지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사용하고 있는 토지에 대해서만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우리측의 안을 받아들인 셈이다.



개성공단 1단계 부지 중에서 우리 입주기업이 분양을 받아 실제 이용하는 토지 92만㎡(28만평)로, 나머지는 대북 제재인 5·24 조치 등 남북관계 악화로 시설투자를 못 해 실제 생산시설로는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토지 사용료는 분양가의 1.56% 수준인 1㎡ 당 0.64 달러로 합의했다. 북측이 분양가의 2% 수준인 1㎡당 1달러를, 남측은 그 절반 이하를 주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중국 칭다오(靑島) 중ㆍ독 생태원(1㎡당 0.64달러)과 비슷한 수준으로 중국이나 베트남 지역의 공업지구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이다. 중국 충칭(重慶) 용흥공업원(1㎡당 1.6달러), 베트남 하노이 빈증-싱가포르 공단(1㎡당 0.84달러), 호치민 인근 린쭝 공단(1㎡당 0.96달러) 등은 토지세 등의 명목으로 개성공단에 비해 다소 높은 금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토지사용료는 개성공단 개발·운영의 특수성, 국제기준, 기업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면서 “이는 국제 수준의 기업활동 조건을 보장해 개성공단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발전적 정상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측은 4년마다 인상률이 종전 토지사용료의 2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재협의하기로 결정했다. 토지사용료는 원칙적으로는 매년 12월20일까지 납부하도록 시한을 정했지만, 올해는 협상이 늦어지면서 마감 기일이 넘은 만큼 내년 2월20일까지 토지사용료를 납부하기로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관련 규정에 따라 남과 북의 합의하에 개성공단 토지사용료에 관한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3통, 임금체계 개편 등 현안문제도 남과 북이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합의는 지난 11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제1차 차관급 당국회담 이루 남북이 공식적인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뤄낸 결과인 만큼 남북간 대화 기조와 협상 채널이 정상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