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차들이 美 도로에 넘친다"…유가 상승의 징후

by이민정 기자
2015.02.23 11:21:55

미국서 기름 많이 먹는 소형트럭, SUV 점유율 최고치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저유가가 연료 소비가 많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수요를 늘리면서 결국 수요 상승이 유가 상승을 이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데 따르면 지난 6개월간 미국에서 팔린 차량의 절반 이상인 53%가 기름을 많이 먹는 소형 트력이거나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이었다. 이같은 점유율은 최근 10년간 최고치다.

유가 하락이 공급 과잉과 더불어 수요 부족의 신호라는 지배적인 시각에 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유가 하락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기름과 기름을 사용하는 제품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궁극적으로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OECD국가와 비OECD 국가 원유 수요가 늘고 미국에서 연료소비가 많은 차량을 더 많이 사는 경향을 보인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


원자재 및 금융시장 리서치회사인 프리스티지 이코노믹스의 제이슨 쉔커 대표는 “오랫동안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이 연료 효율성이 낮은, 즉 기름을 많이 먹는 차량을 사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이 미국에 국한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0년, 1990년대 나타난 저유가 현상은 에너지 부족과 소비에 대한 우려를 줄이면서 부동산 시장 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활황을 이끌었다. 이같은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국제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할때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원유 수요가 0.2% 줄어든다고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현재 지난해 최고치보다 50% 가량 하락한 저유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선진국 원유 수요는 단기적으로 1.25% 상승하고, 장기적으로는 4.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 수요 상승은 궁극적으로 유가 상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는 1월 말 배럴당 45달러에서 지난주 배럴당 50.34달러까지 회복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는 경기 침체로 수요 부족에 시달리면서 유가가 떨어졌지만 지금은 공급 과잉에 의한 저유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원유 수요가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가격도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원유 수요 회복이 지속되고 있는 공급 과잉에 의해 상쇄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량이 지난 80년동안 최고치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원유 수요가 급상승해 유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는 경계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일부 원유 생산자들 수익이 악화되면서 사업을 접고 그러면서 줄어든 생산량에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유가 상승을 이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해밀턴 캘리포니아대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는 경우 소비자들의 일차적인 반응은 더 떨어질 때를 대비해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을 구입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석유 생산자들은 유가 하락에 수요도 줄면서 수익 악화로 결국 생산을 줄이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유가 하락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