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공연] 恨보다 신명…빨라진 우리춤
by문화부 기자
2013.07.15 15:17:51
- 심사위원 리뷰
한국무용 ''유림, 다시 돌아보다''
100여명 북·장구 치며 춤사위 한판
''느림의 미학벗어나 멋과 흥 풀어내
| 백현순무용단 ‘유림, 다시 돌아보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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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규 심사위원] 백현순무용단의 ‘유림, 다시 돌아보다’는 유학을 신봉하는 무리를 뜻하는 유림(儒林)을 통해 조선시대의 사회상과 사랑, 선비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작품은 유림의 춤(제의), 사당패의 춤, 대감의 분노, 연민의 정, 사랑, 이별, 유림의 춤(인의예지) 등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창작극 ‘유림, 다시 돌아보다’는 형이상학적 난해함을 극복하고 춤은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우리 춤이 해결해야 할 해법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대극장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하고 연기자들의 동선, 구성, 사운드, 의상, 콘셉트를 배치한 백현순의 안무스타일은 예술지향적 미니멀리즘과 어두운 조명의 한계를 일찌감치 벗어나 명암의 대조, 완급을 조절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백현순의 춤은 대중성과 예술성의 접점에서 관객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백현순이 유림의 고고한 세계를 대감집 도령과 사당패 낭자와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으로 설정한 것은 ‘춘향전’ ‘로미오와 줄리엣’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구성의 기본 축과 닮았다. 그는 농축적 느림의 미학 추구보다는 어울림과 풀어헤침의 춤을 지향함으로써 멋·흥·신명을 골고루 풀어낸다. 비유하자면 다 갖춰진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요리하기보다는 낯선 재료를 찾아 그것으로 새로운 맛과 호기심이 생기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데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백현순은 지금껏 금기시되어온 ‘유림의 세계’를 끄집어냈다. 거기에 양반과 천민이라는 계급갈등을 만들어 화해를 이끌어낸다. 계층 간 치열한 갈등 뒤 치유의 핵심이 가정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암시한다. 또 전편 ‘유림’의 미진함을 보강함으로써 유림 브랜드로도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전작 ‘독도천고지한’ ‘회룡포연가’ ‘태양새 고원을 날다’ ‘솔거’ 등에서 보여준 민족애와 나라사랑, 예술가에 대한 존중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유림, 다시 돌아보다’는 전통음악을 주조로 한 다양한 춤 진법으로 55명이라는 춤 연기자와 스태프를 포함, 100여명의 인원이 투입된 매머드급 공연이었다. 북·장고·소고·반고·춤 등의 악기를 무대에서 실연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전통의 신명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군집성에서 오는 풍물패의 구성이 돋보이며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공연이지만 개개인의 기량은 출중하다. 전통 춤사위를 이용, 한국 창작춤의 특색을 잘 살리고 있으며 조명과 의상의 색감 배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빠른 춤 전개와 적절한 음악사용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 춤에 몰입케 하는 안무력이 돋보인다.
백현순은 주제 선택의 적절성, 방치된 ‘유림’ 소재를 개발,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버전 변경이 가능한 창작품을 선보여 춤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서도 기여한 바가 크다. 특히 대다수 관객이 선호하는 작품으로 현대무용의 애매한 방향성을 피하고 있으며, 출연한 춤 연기자들이 춤 발전에 한몫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보여줬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층까지 운집한 관객들이 근래에 보기 드문 진풍경을 연출했다.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