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은행실적)②연체율 심상찮다
by정영효 기자
2009.02.16 16:10:56
4대은행 충당금 적립규모 1년새 두배
中企연체율 `비상`.."2월 최대 0.8%P 추가상승"
상반기엔 기업대출·하반기엔 가계대출 `부담`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시중은행들의 연체율이 꿈틀대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의 `관리`하에 안정권에 버텨줬던 연체율은 고개를 쳐들 태세를 나타내고 있다.
자산건전성 악화 뿐 아니라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따른 수익성 축소를 가져오는 연체율 관리는 올해 은행권의 핵심과제가 될 전망이다.
2007년 총 2조1706억원이었던 4대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지난해 5조4494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대손충당금 부담은 고스란히 실적에 전가됐다. 4분기에만 3조6000억여원을 새로 적립할 정도로 충당금 적립 시기가 집중되면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분기 실적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규모가 급증한 것은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키코 손실과 리먼 관련 채권의 손실, 제1차 구조조정 결과 등 일회성 손실의 결과였다.
하나금융지주(086790) 계열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 1조1909억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5612억원이 키코 손실과 1차 구조조정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올해 4대 은행들에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을 가할 요인은 연체율이다.
키코 손실과 리먼 채권 손실, 1차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쌓은 대손충당금은 수업료 정도로 끝날 수 있다. 반면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어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연체율 관련 대손충당금은 올 한해 은행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가 요구된다.
지난해 실적 결과만 따져봐도 4대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4대 은행의 연체율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우리금융지주(053000) 계열 은행들의 총 연체율 만이 2007년말 0.57%에서 지난해 말 0.92%로 두드러졌을 뿐 나머지 은행들의 연체율은 상승 각도가 미미했다.
KB금융(105560)지주 소속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086790) 계열 하나은행의 4분기 연체율은 3분기보다 소폭(각각 0.03%포인트, 0.02%포인트) 개선되기도 했다.
문제는 올들어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은행 연체율 또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말 현재 국내은행들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1.50%로 지난해
12월 말에 비해 0.42%포인트가 뛰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2.36%로 한달새 0.66%포인트 상승하며 3년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1월에서 2월 40여일 만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은행별로 0.3~0.8%포인트 추가로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동안 안정세를 나타냈던 4대 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4분기들어 상승세 타기 시작한 것도 연체율에 비상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이 3% 이상이었던 지난해에도 총 연체율이 1%를 넘었
다"며 "마이너스 2~3% 성장 전망이 나오는 올해 연체율은 2%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총 연체율이 올해 2%를 돌파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중소기업 연체율은 4~5%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며 "상반기에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하반기에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5일 은행 및 금융당국 합동 워크숍에서 시중은행장들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기업 대출 160조원 전액을 만기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은행의 이같은 조치가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데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은행 실무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연체의 경우 원금 상환을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이자를 내지 못해 생기는 것"이라며 "만기 연장이 연체율 관리에 큰 효과를 주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연체율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실적 관리에 부심하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15일 은행 및 금융당국 합동 워크숍에서 "연체율 관리가 올해 은행들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