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인수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다

by윤진섭 기자
2008.01.24 14:46:53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자문위원 자리에서 쫓겨났다. 인수위 자문위원 직함을 이용해 고액을 받고 부동산 투자상담을 해온 게 문제가 됐다.

고씨가 인수위에서 퇴출되자 그에게 자문위원직을 줬던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는 물론이고 일부 건설사도 그를 방출했다.

고씨는 40대 초반까지 삼성그룹, LG전자, KT 등 대기업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그는 외환위기가 닥친 98년 KT의 인사부장을 끝으로 샐러리맨 생활을 접고, 99년 서울 잠실에 중개업소를 차렸다. 그러나 경험부족으로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고씨가 부동산 컨설턴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RE멤버스 설립 이후다. RE멤버스가 유명세를 탄 데는 설립 당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부동산 전문가, 변호사, 금융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고씨는 RE멤버스를 차린 지 불과 몇 년만에 스타 컨설턴트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고씨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한쪽에선 고씨가 추천한 특정아파트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점을 들어 족집게 컨설턴트로 인정한다. 다른 한쪽에선 경제신문이나 부동산 정보업체 자료를 잘 요리해 투기만 부추기는 달변가라고 평가한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반기업, 전경련, 서울시, 건교부 자문위원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하지만 인수위가 고씨를 경제2분과 전문위원(부동산부문)으로 위촉한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인수위 경제2분과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 곳인데 부동산 투자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게 맞느냐 하는 점에서다.

인수위는 24일 고종완씨를 검찰에 수사의뢰한다고 밝혔다. 인수위 자료로 투자 자문을 했다는 혐의다. 인수위는 고씨의 개인 비리로 이번 파문을 막고 싶겠지만 그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는 점에서 인수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