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경제부 기자
2003.02.06 14:29:43
[edaily 경제부] 입춘도 지나고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졸업시즌이 한바탕 진행되면 양지녘의 누런 잔디 밑으로, 영산홍 작은 가지 끝으로 봄은 살포시 다가올 것입니다. 가라앉는 경기 속에서 유난히 몸이 움츠러들던 이번 겨울에는 참으로 봄을 기다리는 목마름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세계 경제의 침체가 이라크와의 전쟁을 질질 끌고 다니는지 아니면 이라크 전쟁설이 세계 경제를 바닥으로 끌고 다니는지 모호한 가운데 어제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유엔 연설은 의도와는 달리 전쟁수행을 위한 증거로는 불충분하다는 반응 속에 전쟁불가에의 확률을 높여주었습니다. 덕분에 온스당 380달러까지 육박했던 금값도 조금은 안정된 것 같고(370달러) 연설전까지 가파르게 올라가던 원유값도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NYMEX 3월물 33.93달러, Brent 3월물 31.30, 두바이 현물 29.30)
외환시장의 반응은 엇갈린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 개입이후 진행되던 엔화의 약세 분위기가 한풀 꺾이고(120.00) 대신 유로화의 강세가 눈에 띕니다.(1.0785) 일본 입장에서야 달러든 유로든 상대통화의 강세라면 무조건 반길터라 그런 사정에서 오늘 미조구치 일본 재무관의 유로화 강세에 대한 `노코멘트, 유로 존의 문제일 뿐`으로 일축한 것은 시사점이 큽니다.
미국의 장기 경제전망을 담아 어느 정도 미래의 미국 정책에 관한 지침서랄 수 있는 백악관 재정보고서에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연 평균 3.3%의 GDP성장을 할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기간별로는 2003년에는 2.9%, 2004~5년 중에는 3.6%, 2006~8년 중에는 3.2%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 인플레 우려없는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당히 낙관적인 장밋빛 숫자들이지요.
지난 4/4분기의 성장률이 0.7%에 이르러 더블딥 논쟁까지 나오고 이번 1/4분기에도 기껏해야 1.8%정도 밖에는 보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만도 2.9%를 바라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진짜로 1/4분기에 1.8% 성장에 그친다면 나머지 3개분기 동안에는 무려 4.6%의 성장이 이루어져야 할텐데 그걸 믿을 사람이 그리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금통위의 금리불변 결정은 이미 예견된 조치였습니다만 무슨 정책의 결정이니 조치라고 할 것도 없이 ‘외통수’였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 수 밖에는 없는 외길. 실물경제나 심리지수의 호, 불호를 떠나 다가오는 세계경제의 불황과 이라크전쟁의 엄청난 먹구름을 바라보며 억수같은 비와 태풍을 동반할 것인지 엄포만 떨다가 사라질 것인지 갸늠이 불가능한 시계 제로의 상황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정부의 캄캄한 정책노선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외통수란 것입니다. 절체절명의 내우외환과 허접쓰레기 같은 정책수단이랄까요?
그래도 봄은 오겠지요? 고양이 수염같은 나른하고 따사로운 봄날이...
산업은행 금융공학실 정해근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