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도 던져, 구출은 천운”…긴박했던 ‘한국인 납치’ 당시 상황

by강소영 기자
2024.09.26 10:11:41

페루서 한국인 사업가 1명 납치됐다 구출
구출 과정서 총격전 벌이고 수류탄까지
페루, 팬데믹 이후 경제난 심해져 납치 증가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페루에서 한국인 사업가가 납치됐다가 구출된 가운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전해지고 있다.

페루에서 한국인 사업가가 납치됐다가 구출된 가운데 범인들이 수류탄을 던져 파손된 현지 경찰 차량 모습. (사진=연합뉴스)
26일 외교부 및 외신 등에 따르면 한인 사업가 A씨가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서 범죄조직에 납치됐다가 25일 현지 경찰에 의해 구출됐다.

앞서 A씨는 24일 새벽 페루 수도인 리마에서 지인과 헤어진 후 연락이 끊겼다. A씨의 회사 직원이 A씨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으나 다른 인물이 전화를 받았고, A씨 가족들은 수상함을 감지하고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주페루 대사관은 납치 신고를 접수하고 현지 경찰청 및 피랍자 가족과 소통하면서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본부도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가동해 회의를 열고 안전 대책을 논의해왔다.

페루 현지 경찰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피해자 측에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뒤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 경찰의 포위망에 포착됐다.

이들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신호를 위반하고 도심 한복판을 내달리며 총격전을 벌이는 등 거칠게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주 과정에서 경찰차를 향해 수류탄 2개를 던졌고 이 중 1개가 폭발하면서 현지 경찰관 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계속 추격한 끝에 경찰은 로스 하스미네스 델 메트로폴리타노 간선급행버스(BRT) 정류장 근처에서 이번 사건을 벌인 3명을 검거하고 범죄에 쓰인 차량 뒷좌석 바닥 쪽에 있던 A씨를 구출할 수 있었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는 A씨가 하루 만에 구출된 것은 “천운”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종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남미서부협의회 페루 분회장은 25일 연합뉴스를 통해 “남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누구나 마음을 졸이며 상황을 접했을 것”이라며 “큰 탈 없이 해결돼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교민들이 위험한 곳으로의 이동을 최대한 자제하거나 혼자 오랜 기간 외부에 머물지 않는 등 안전 수칙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조심하며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환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페루는 남미 국가 중 비교적 안정적인 치안 상태로 알려졌으나 팬데믹 전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제난 등이 심해지자 납치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주페루 한국대사관은 안전 공지를 통해 ‘납치범을 자극하지 말고 몸값 요구를 위한 서한이나 녹음을 요청할 때는 이에 응할 것’, ‘이동할 경우 도로 상태 등을 최대한 기억할 것’, ‘구출된다는 희망을 갖고 최대한 건강 상태를 유지할 것’ 등 피해 시 행동 요령을 공지하기도 했다.

한편 현지 언론은 체포된 피의자 3명이 에두아르도 호세 블랑코(29), 빅토르 마누엘 카스트로 우르타도(25), 안데르손 아브라암 라벤테이슨 베탄쿠르(29)라고 밝혔다.

이들은 베네수엘라 국적으로, ‘로스 차모스 델 나랑할’이라는 이름의 범죄 조직에 소속돼 있던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 공범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