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쇼크' 현실화…가격 인상에 맥주 덜 마셨다
by장영은 기자
2023.03.03 15:19:53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 가격 인상에 판매량 감소
美·中 서 감소폭 커…가격 인상 덕에 매출은 10% 늘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에 미국 소비자들이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맥주를 소비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커쇼크는 제조사들의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비싼 가격표에 받는 충격을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지난해 연말 가파른 가격 인상을 단행한 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앤하이저부시(AB)인베브의 맥주 판매량이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리서치회사 닐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크리스마스(12월25일) 전 12주 동안 AB인베브의 대표 제품인 버드 라이트와 쿠어스 라이트 등 라거 맥주의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10% 올랐다. 이에 지난해 4분기 AB인베브의 전 세계 판매량은 0.6% 감소하며, 2.1% 증가할 것이란 시장 예상치를 충족시키기 못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작년 4분기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AB인베브의 판매량은 8.3% 줄었는데, 10월 가격 인상과 12월 폭설 등 악천후로 재고량이 늘면서 도·소매 모두 주문이 감소했다.
AB인베브는 중국에서도 판매량이 6.9%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를 전면 폐지하면서 감염자가 급증하자 맥주 판매가 급격히 줄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장 큰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 덕분에 매출과 이익은 늘었다. AB 인베브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0.2% 증가한 146억7000만달러(약 19조원)를, 순이익은 45% 증가한 28억4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마이클 두커리스 AB인베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맥주 소비자들은 스티커 쇼크를 극복하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 맥주 가격이 탄산음료나 식품 가격보다 훨씬 덜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이전에 비해 가정에서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으며, 이때 칵테일 등 다른 주류보다 맥주를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