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폐지 수입 제한… 골판지 업계 '반사이익'

by박경훈 기자
2018.03.28 10:58:40

골판지 업계,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 기대 못 미쳐
제품 가격 인상 통해, 4분기부터 영업익 끌어올려
올해 중국 환경 기준 강화, 폐지 수출량 감소
폐지 가격 급속히 안정화, 주가 2배가량 뛰기도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아세아제지 시화공장 전경. (사진=아세아제지)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골판지 원지 업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중국의 폐지 수입 제한으로 국내 수급이 안정화를 맞았기 때문이다. 골판지 원지 업계는 최근 제품(원지) 가격 인상에 원재료인 폐지 가격 하락이 겹쳐 호황을 맞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최대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인 아세아제지(002310)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8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원지 가격 인상으로 4분기 실적이 급격히 호전,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5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마감했다.

또 다른 골판지 원지 업체인 신대양제지(016590) 상황도 비슷하다. 신대양제지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9억원. 하지만 4분기를 포함한 전체 영업이익은 28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1년 치 영업이익의 절반(188억원)가량을 4분기에 올린 것. 올해 골판지 업체들의 실적은 더 개선될 전망이다. 골판지 원재료인 폐지가격이 지난해 최고점대비 60% 수준으로 최근 폭락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세아제지 등 골판지 업체들이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골판지 업체들이 과거 큰 호황을 누렸던 2012년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서윤 기자)
골판지 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완제품인 원지가격 인상과 폐지가격 하락이 동시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수도권 기준 ㎏당 폐지가격은 지난해 3월 112원에서 꾸준히 올라 10월에는 148원으로 32% 폭등했다. 때문에 골판지 원지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지난해 초 15% 올린데 이어 8월 다시 30% 인상해야 했다.



하지만 폐지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점차 안정을 찾았다. 업계에서는 폐지가격 하락 원인으로 국내 폐지 무역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입고지(폐지) 검역 강화’를 들었다. 중국 정부는 이달부로 폐지 오염 한도를 1.5%에서 0.5%로 강화했다. 환경오염을 부르는 저질 쓰레기 폐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중국은 폐지 수입물량 제한(쿼터제)도 병행 중이다. 연초 중국 춘절과 계절적 영향으로 인한 자연 수요 감소분에 더해 이달 검역 강화까지 시행되자 국내 폐지가격은 급속히 안정을 찾았다.

실제 ㎏당 폐지가격은 이달 들어 9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최고점(148원)과 비교할 때 60% 정도 가격이 하락한 것. 관련 추이는 수·출입 통계로도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2월 기준 국내 폐지 수출량은 전년대비 43.4% 줄어든 6만 1172t이었다. 반면 수입량은 전년대비 8.3% 늘어난 27만 7975t이었다. 업계에서는 중국 검역 강화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이달 수·출입 동향도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폐지가격 안정화에 바로 반응했다. 아세아제지 주가는 올 들어 최저(1월 15일) 1만 7850원에서 최고(3월 22일) 3만 1100원으로 1.7배가량 뛰었다. 신대양제지 역시 최저(1월 23일) 3만 2550원에서 최고(3월 22일) 6만 9500원으로 주가가 2배 정도 올랐다.

골판지 업계 호황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원재료 가격 하락에 제품 단가도 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택배 물량 증가 등으로 인해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지 제조사들이 지난해 제품 가격을 큰 폭으로 올려 놓았다”며 “이어 폐지가격 하락에 택배·포장재 등 국내 수요량은 꾸준히 늘고 있어 향후 업계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