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무기 한반도 상시 배치?…"실현 가능성 불투명"

by김관용 기자
2016.10.21 13:57:58

국방부, 美 전략무기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 장담
SCM 공동선언문에는 관련 문구 빠져
"北에 한가지 옵션만 있다는 오해줄 수 있어 포괄적 내용 담아" 해명
KCM 및 EDSCG 협의체 신설도 ''옥상옥'' 구조 우려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미 양국 국방부가 20일(미국 현지시간) 제48차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를 검토하기로 하는 등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또 SCM과 전날 열린 외교·국방장관(2+2)회의를 통해 확장억제 공약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2개의 협의채널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앞서 2+2 회의 직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국과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가 합의된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제 SCM 공동선언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새로운 협의체 신설에 대해선 기존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형식적인 협의체만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쉬튼 카터 미 국방부장관이 제48차 SCM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 관계자는 21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쉬튼 카터 미 국방부장관은 제48차 SCM을 통해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위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를 포함한 다양한 추가 조치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보유한 전략무기로는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B-52, B-1B, B-2와 스텔스 전투기 F-22 등 공중전력과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및 원자력추진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등 해상전력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은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자산들이다.

국방부는 미국 전략무기의 상시 순환배치 방안이 SCM 회의에서 합의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국방부 고위당국자들은 이에 대한 자신감도 표출한바 있다. 하지만 SCM 공동성명을 보면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SCM 공동성명 4항에 “양 장관은 2+2 ‘한미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의 틀 속에서 북한이 동맹의 결의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못하도록 확장억제 능력을 더욱 더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 방안들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는 정도의 조항만 있다

국방부는 이 조항의 ‘추가적인 조치 방안’이라는 의미가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를 포함한 여러 가지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를 공동성명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 장관은 미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어떤 특정 옵션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표명하는 것이 억제라든지 전략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옵션 중의 하나로 미국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 옵션만 부각되면 한가지 옵션밖에 없다고 북한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쉬튼 카터 미 국방부장관 등 당국자들이 SCM 회의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략무기의 상시 순환배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한 군사전문가는 “항공모함 전단 등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한번 왔다가려면 유류 등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되는데 이를 미국이 전액 부담할 리 없다”면서 “특히 미국은 기존 전력자산의 운용 계획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상시 순환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군사전문가는 “이미 한반도에 미국 전략자산이 공개·비공개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유사시 괌 기지나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상시배치 한다는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확장억제 공약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2개의 협의채널을 새롭게 만들기로 한 것도 형식적인 틀에 치중한 성과라는 지적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위기관리 조직을 상설화 한 국방 차관보급의 특별협의체(KCM)와 외교·국방 차관급이 참여하는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를 신설하기로 했다. KCM를 통해 전략무기 투입을 포함한 양국 국방장관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EDSCG에서는 좀더 범위를 넓혀 확장억제를 구현할 외교·군사적 조치를 협의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미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미국과 통합국방협의체(KIDD), 안보정책구상(SPI), 억제전략위원회(DSC) 등 다양한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KCM과 EDSCG까지 더해지면 의사결정 구조만 복잡한 것이어서 ‘옥상옥’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쉬튼 카터 미 국방부장관이 제48차 SCM 회의 직후 회의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SCM과 EDSCG는 기존 보다 고위급이 참석하는 협의체”라면서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를 포함한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제고하는데 있어 중요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는 이번 SCM을 통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양국 해군의 대잠수함 작전을 포함한 연합 해상작전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전투로봇 공동 개발 등 양국의 국방기술 협력 수준도 한 단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으며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 등 주요 현안들이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